美대외정책과 한반도정책-美스탠퍼드大 쇼븐.라우교수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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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 ○… ○… ○… ○… ○… ○… 스탠퍼드大 「한국학연구소」설립과 관련,국내 관계인사들과 협의차 방한한 라우(Lau)亞太문제연구소장겸 경제학교수와 쇼븐(Shoven)인문과학대학장이 본사와 미국의 대외경제정책,北-美간 합의이후의 한반도정책 등에 관해 대담을 가졌다.
두 교수는 공화당이 국회를 장악하게된 미국정부의 새로운 정치구도안에서도 자유무역을 기조로 하는 미국의 대외경제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면서 올 가을 美의회에서 세계무역기구(WTO)협정이 비준되는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 고 전망했다.또 높은 성장과 시장성에 비춰볼 때 향후 미국통상정책이 중남미지역보다는 亞太지역과의 경제협력에 더 큰 비중이 두어질 것이라고 내다보았다.한국이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학자등 풍부한 인적자원를 활용해 기술개발에 노력하는 한편 대외개방뿐 아니라 국내의 경쟁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면서 남북한간에 경제협력확대를 통한 점진적인 경제통합이 급진적인 북한경제붕괴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라고 진단했다.
〈다음은 인터뷰요지〉 …○ …○ …○ …○ …○ …○ …○ …○ -金廷洙위원=최근 중간선거를 통해 미국행정부와 의회가 새로운 역학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특히 40년만에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하게 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쇼븐 교수=미국의 선거결과에 대해 우리 자신도 놀랐다.클린턴대통령이 의료보험제도에 대한 개혁안을 내놓는등 「큰 정부」를꾀해 왔는데 미국민이 선거를 통해 명확히 거부했다고 평가해야 될 것같다.투표자들이 선거를 통해 「낮은 세금. 작은 정부」에대한 바람을 확실히 표시한 것이고,클린턴대통령이 이러한 민심을제대로 읽지 못한 셈이다.
-金=선거결과로 어떠한 정책변화를 기대하는가.
▲쇼븐=미국경제가 매우 잘 돌아가고 있어 경기과열을 걱정할 정도다.내주중에는 연방준비은행(FRB)이 틀림없이 또다시 이자율을 올릴 것이다.
대통령과 의회 다수당이 다르다는 점때문에 기본적으로 정책의 급격한 변화를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정부가 아무 것도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걱정해 나라 전체로는 과거보다는 보수적인 정책이 나올 것이고,어떤 형태로든 조세감축 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공화당 의원들이 세금과 재정지출을 줄이려는 압력을 높여갈 것이다.자산이득세(Capital gains tax)가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또 저축을 유인하는 조치도 생각해 볼수 있다.이러한 정책들이 일반 국민들에게 매우 지지를 받고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클린턴대통령으로서는 거부하기는 힘들 것이다. 미국경제가 앞으로도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공화당 입장을 고려할 때 국방예산을 줄이는데는 지금까지 보다는 소극적이리라는 것등을 예상할 수 있다.
-金=조세감축은 있고 국방예산이 크게 줄지 않는다면 지난 수년간 각고의 노력끝에 겨우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미국의 재정적자가 다시 확대될 위험은 없는가.
▲쇼븐=별로 그럴 위험은 없을 것이다.공화당은 과거부터 작은정부와 균형예산을 주장해 왔다.따라서 현재 추진중인 재정적자 감축안에서 크게 바뀔 일은 없을 것이다.자산이득세가 줄어들어도조세수입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고,휘발유 세가 추가로 부과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재정적자폭이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다. -金=미국이 다시 국제경쟁력을 갖춰 가고 있는데 그 결과 미국의 통상정책이 전과 다르게 더 강경해질 소지는 없는가.
▲쇼븐=미국의 국제경쟁력은 5~10년전에 비해 확실히 강해졌다고 말할 수 있다.기업들이 빠르게 또 광범위하게 구조조정을 실시해 전과는 다르게 효율성이 높아졌다.또 최근에는 달러가치까지 하락,미국제품이 값과 품질면에서 세계 어느 곳 에서든 경쟁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따라서 미국의 통상정책이 지금보다 더 보호주의적으로 변한다거나 또는 대외적으로 강경하게 추진될 소지가 별로 없다고 생각된다.
-金=美의회가 논의하고 있는 WTO비준에 대한 전망은.
▲쇼븐=미국은 12월이면 WTO협정을 비준할 것이다.공화당이다수당이 되었으니 WTO비준을 가지고 대통령이 어려움을 겪겠지만,공화당이 원래부터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정당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WTO협정의 비준은 별 문제가 없을 것으 로 본다.
-金=지금 亞太경제협력체(APEC)각료회의와 지도자회의가 열리고 있다.
소위 「2020년 亞太 자유무역지대」안등 亞太자유무역에 대한미국의 구상은.
▲쇼븐=亞太지역의 높은 성장성을 고려하면 미국의 관심을 능히상상할 수 있고 이 지역에서 자유무역이 이루어지는 경우 아태지역의 성장이 또 한번 좋은 계기를 맞게 될 것은 틀림없다.
-金=지역협력과 관련하여 미국은 현재 APEC뿐 아니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남미지역까지 확대하는 미주자유무역(Western Hemisphere Initiative)도 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두 지역 협력방안중 에 미국이 더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은.
▲쇼븐=아태지역의 자유무역에 더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본다.남미지역이 경제적으로 아태지역보다는 중요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NAFTA가 남미까지 확대되는 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金=한동안은 한국이 대외적으로 폐쇄적인 국가라는 비난을 많이 받았다.특히 미국은 한국이 외국상품과 외국기업이 한국시장에진출하는데 각종 장벽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한국의 개방도나 국제화에 대한 미국내 인식은 어느 정도인가.
▲쇼븐=한동안 미국 자동차산업을 중심으로 한국등 아시아국가들이 시장을 닫아놓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그러나 지난 수년동안에 그러한 인상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한다.아시아국가들의 보호주의가 언론에도 별로 보도되지 않고 있어 아시아 국가들이 불공정무역을 하는 나라라는 국민의 인상은 많이 개선되었다고 판단된다. ***고급기술 경쟁력 높여야 -金=현재 한국은 대외적으로 어떻게 하면 그동안 한국의 성장을 지탱해오던 국제경쟁력을 계속 유지해 나갈 것이냐를 고민하고 있다.이에 대한 충고는.
▲쇼븐=한국이 국제경쟁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가지고 있는 인상과는 전혀 다르다.향후의 국제경쟁은 인적자원.
정보.기술 등에 의해서 결정될 것이다.새롭게 부상하는 동남아국가들을 생각하거나 한국이 더이상 「저비용경제」가 아니라는 점을고려하면,한국이 기술면에서 투자와 발전이 필요하다는데 이견이 없다.일본도 같은 길을 걸었다.
그러나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과학자.고급기술자.사회과학자 등우수한 인적자원을 감안할때 기술을 바탕으로 한 국제경쟁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개인적으로는 경쟁국들인 동남아에 비해서는 훨씬 앞서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
▲라우=추가하여 한국이 해야 할 중요한 일은 국내의 경쟁을 높이는 일이다.개방을 통해 밖으로부터 경쟁을 들여오는 것도 해야겠지만,국내기업간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드는 일이 경쟁력을높이는데 더 효과적일 것이다.따라서 대기업등 독 과점부문을 줄여가는 일이 대외개방만큼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대내.외 경쟁이 치열하면 그만큼 구조조정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다.그러나 한국의 경험에 비추어 볼때 그 어려움은 크지 않고길지도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金=한국이 국제경쟁력을 유지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는 것 같은데 한국의 국제경쟁력의 수준을 어떻게 보는가.
▲쇼븐=한국의 국제경쟁력은 아직까지는 중간기술제품에 있는 것같다.고급기술제품 분야는 아직도 일본이 경쟁력을 갖고 있다.한국이 이 분야에서는 아직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전자제품.자동차 등 중간기술제품에서는 상당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지않은가. 한국이 고급기술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갖추어 가려면,고급교육을 받은 과학자나 기술자들을 활용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金=북한과 미국이 핵문제 해결에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그래서 한국의 입장에서는 미국과 북한간의 경제협력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하여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이에 대한 전망은. ▲쇼븐=크게 변할 것은 없다고 본다.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고,더구나 공화당이 다수당이 된 마당에 북한에 대한 접근에 미국이 과거보다는 신중을 기할 것으로 판단된다.오히려 핵문제가 해결됨으로써 미국이 경제협력의 대상으로서 북 한에 관해갖는 관심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金=북한과 미국간의 핵문제가 타결됨에 따라 남북관계개선이 급진전되리라는 기대와 더불어 남북통일이 점차 현실문제로 다가오고 있다.남북한 관계개선과 관련해 줄 수 있는 조언은.
***中.日 경제권 마찰 없을것 ▲라우=우선 현재 남한이 갖고 있는 「점진적」 구상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부터 제시하고 싶다.한순간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Big Bang)접근방식은 큰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중국의 경험을 보아도 마찬가지다.농업이라든가 규모가 작 은 부문에서부터 시장경제를 점진적으로 확대해나감으로써 구조조정의 어려움을 줄여갈 수 있었고,높은 성장률을 지속할 수 있었다.
-金=최근 중국경제의 부상과 관련해 아시아경제권에서 중화경제권과 일본경제권 사이에 마찰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이에 대해 한국이 양자택일(兩者擇一)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이에 대한 견해는.
▲라우=중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점,그리고 일본이 아시아경제에 깊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는 같은 의견이지만 중화경제권의 부상은 다분히 과장된 이야기라고 본다.그래서 두개의 경제권이 마찰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이렇게 보는 근거는 중국기업의 활동방식 때문이다.가급적이면 독립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려는 경향 때문에 기업의 규모가 작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것도 고급기술 분야가 아니고 그래서 다국적기업도 별로 없다.또 화교들이 어떤 장기적인 구상 으로 모이는사고방식을 갖고 있지 않고 중국본토와의 끈도 별로 강하지 않다. 만일 중화경제권과 일본경제권이 형성된다해도 한국의 입장에서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양쪽과 다같이 경제협력관계를 가지면 되지 않나 생각한다.일본은 계속 한국에 대해 기술을 제공해주는 원천일 것이고,중국은 경제발전을 위해 한국으로 부터 기계등 중공업제품을 수입하는 시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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