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膏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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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고(膏)는 가슴의 아래쪽 부위를 말하는 것으로 흔히 「명치」라고 하며 황(황)은 흉부(胸部)와 복부(腹部)사이에 있는 얇은 막을 말하는데 둘 다 급소라서 고황(膏황)에 생긴 병은 명의 편작(扁鵲)도 두 손을 들고 만다는 이야기가 있다.
한번은 편작이 제(齊)나라에 갔는데 임금을 만나본 즉 병이 피부에 머물러 있었다.
편작이 그 사실을 이야기하자 임금은 병이라고는 없다면서 펄쩍뛰었다.편작이 돌아가자 임금은 그를 두고『재물에 눈이 먼 놈』이라고 욕설을 퍼부었다.
닷새 뒤 다시 편작이 나타나 보니 이번에는 병이 혈맥(血脈)에 와 있었다.그러나 이번에도 임금의 반응은 마찬가지였다.
다시 닷새가 지나자 이번에는 위장(胃臟)에 와 있었다.역시 편작은 잔뜩 욕설만 듣고 돌아와야 했다.
마지막으로 다시 닷새만에 찾아온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궁금한 임금이 신하를 시켜 까닭을 물었다.『이젠 나도 방법이없기 때문이오.』 병이 고황(膏황)에 와 있었던 것이다.급히 편작을 찾았지만 이미 제나라를 떠난 뒤였다.결국 임금은 죽고 말았다. 이처럼 상태가 너무 깊어져 어찌할 수 없는 경우를 고황(膏황)이라고 한다.예를 들어 자연을 너무 좋아하여 어찌 할수 없다면 그것은 천석고황(泉石膏황)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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