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돌아왔다, 부산항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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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새’가 부산항에 돌아왔다.

황선홍(39·사진) 전 전남 드래곤즈 코치가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의 새 감독에 올랐다. 부산은 2002년 한·일 월드컵 폴란드전에서 황선홍이 결승골을 넣었던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구단이다.

부산은 4일 “8월 초 사임한 박성화 감독 후임으로 황선홍 전 전남 코치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3년이며 계약금과 연봉 등 구체적 조건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역대 K-리그 신임 감독 중 최고 대우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 감독은 올해 초 영국으로 건너가 지도자 수업을 받던 중 부산의 러브콜을 받았다. 3일 오후 부산에서 구단주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을 만난 그는 “고심 끝에 제안을 받아들였다. 한마음이 되는 축구, 한번 보면 또 보고 싶은 박진감있는 축구를 보여주고 싶다”고 취임 소감을 밝혔다.

‘30대 기수’ 황 감독의 등장은 프로축구에 새바람을 일으킬 호재다. 황 감독이 2003년 현역에서 은퇴한 지 4년 만에 프로팀 사령탑 자리에 오름으로써 지도자 세대교체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오랜 침체에 빠져 있던 부산 축구도 부흥의 전기를 맞았다. 부산 아이파크의 전신인 부산 대우는 1980∼90년대 프로 최강으로 군림하면서 수많은 축구팬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2000년 팀이 현대산업개발로 넘어간 이후 부산은 K-리그에서 한 차례도 우승하지 못했고, 축구팬은 경기장을 외면했다. 스타 출신인 황 감독이 옴으로써 부산의 축구 열기도 재점화할 계기를 잡았다. 황 감독은 “부산이 제2의 창단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90년 이탈리아, 94년 미국, 2002년 한·일 등 세 차례 월드컵에 출전해 2골을 넣었으며 포항 시절 K-리그 연속골 기록(8경기)을 세우기도 했다. A매치 103경기에 출전해 50골을 터뜨렸고, 전남에서 2군 감독과 수석코치를 맡으며 지도자 수업을 쌓아 왔다.

전날 경남이 조광래 감독을 영입한 데 이어 부산이 황 감독을 맞아들임으로써 K-리그 구단 사령탑의 거취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울산 김정남 감독은 1년 계약 연장이 유력하고, 유학 떠났던 인천 장외룡 감독도 이달 중순 돌아온다.

내년 K-리그는 김호(대전)-조광래(경남)의 신라이벌전, 허정무(전남)-황선홍(부산)의 사제 대결, 외국인 감독 3명끼리의 경쟁 등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갖게 됐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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