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물 돌고래 멸종 …'양쯔강 자라'는 2마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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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의 동물원에는 특별한 자라가 산다. 자라는 방탄유리로 만들어진 우리에서 특별식을 먹는다. 감시 카메라와 경비원이 24시간 자라를 지킨다. 올해 여든 살인 이 자라는 전 세계에 단 한 마리 남은 암컷 '자이언트 양쯔 자라'다. 역시 한 마리뿐인 수컷도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의 동물원에서 보호받고 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은 "한 쌍만 남은 자라는 위협받고 있는 중국 생태계를 상징한다"며 "눈부신 경제 발전의 이면에서 중국 생태계의 씨가 마르고 있다"고 4일 보도했다.

히말라야 산악지대부터 열대성 하이난섬에 이르기까지 넓은 기후대에 걸쳐 있는 중국에는 어느 나라보다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한다. 학자들은 중국을 "종(種) 다양성에서 세계 최고"라고 말한다. '종의 보고(寶庫)'다. 하지만 환경오염과 무분별한 수렵으로 종의 개체 수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IHT가 인용한 최신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서 포유류종의 40%, 꽃식물의 86%, 민꽃식물의 70%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지난해에는 양쯔강에 사는 민물 돌고래 바이지가 멸종 선고를 받았다. 지구에서 거대 척추동물이 멸종한 것은 최근 50여 년간 처음 있는 일이다. 1950년대 수천 마리에 이르던 바이지는 50여 년 만에 완전히 사라졌다. 30마리도 채 안 남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호랑이, 가죽과 털을 노린 사냥꾼에 의해 무차별 포획된 티베트 영양, 개체 수의 80%가 사라진 중국 큰도롱뇽도 머지않아 멸종할 것으로 보인다.

IHT는 이들이 위기에 처한 가장 큰 원인으로 산업화를 지적했다. 도시와 공장지대가 팽창하면서 동식물의 서식지를 침범했고, 수질이 오염돼 마실 물도 사라졌다. 한편에선 자연을 대하는 중국인의 독특한 시각도 생태 파괴에 한몫했다고 분석한다. 희귀할수록 귀한 식품이나 약재료로 값비싸게 팔려나갔다는 것이다.

보다 못한 국제 야생구호단체들은 중국에 사무소를 세우고 보호운동에 나섰다. 영국의 야생동물보호단체 와일드에이드(WildAid)는 중국 출신 NBA 스타 야오밍을 홍보대사로 내세워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뒤늦게나마 중국 정부도 멸종 직전의 생물 목록을 작성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판다 구하기가 유일한 성공으로 꼽힐 뿐 성과는 미미하다.

IHT는 암컷 자라 역시 다 쓰러져가는 동물원에서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은 채 51년간 방치됐다고 꼬집었다. 중국 농업국이 자라 보호를 위해 20만 위안(약 2500만원)을 지원하기로 약속했지만 예산 집행은 깜깜 무소식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창사와 쑤저우의 동물원이 멸종을 막기 위해 암.수컷의 교배에 동의했다는 점이다. 암컷 자라는 내년에 쑤저우로 옮겨져 인공수정에 들어갈 계획이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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