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mily어린이책] 현대문명 풍자로 비판 … 행복이 뭔지 되새김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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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우주뱀의 습격 던컨 웰러 글·그림, 이병렬 옮김, 마루벌, 40쪽, 9800원, 7세 이상
옛날에는 돼지들이 아주 똑똑했어요 이민희 글· 그림, 느림보, 32쪽, 9800원, 7세 이상

풍자는 힘이 세다. 바람직하지 않은 현실을 꼬집고 비판할 때, 정색을 하고 이야기하면 자칫 분란을 일으키기 쉽다.

재미와 생각거리를 주는 데는 풍자만 한 것이 없다. 이번에는 현대 기계문명의 허점을 지적하는, 그런 풍자동화 두 편이다.

『옛날에는…』은 편안함만을 추구하다가는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줄거리는 그야말로 간단하다. 옛날에는 돼지들이 세상을 지배했단다. 아주 똑똑한 이 돼지들은 멋진 건물도 지을 줄 알았고 어려운 연구도 곧잘 했다. 재미 있는 춤도 즐길 줄 알았다. 그러니 할 일이 너무 많아지자 돼지들이 “누가 대신 일을 해 줄 수 없을까?”하고 생각한 건 어쩌면 당연하다. 돼지들은 생각 끝에 사람들을 도시로 데려와 일을 시킨다. 사람들이 집을 짓고, 마을을 만들고, 도시를 세우는 동안 돼지들은 춤만 춘다. 오랜 시간이 지나 역시 똑똑해진 사람들은 척척로봇을 만들어 일을 시키고 단추만 누른다. 끝없이 되풀이될 듯한 이야기는 로봇이 집을 짓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글쎄, 상당 부분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고 있는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인간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컴퓨터, 텔레비전, 전화, 비디오, 3D게임기 등을 결합한 초고속 멀티플레이어가 집집마다 있는 세상은 행복할까. 『우주뱀의 습격』은 그런 만능기계 ‘인터펫’에 의존해 살아가는 소행성 마을 이야기다. 그곳 사람들은 인터펫에만 매달려 서로 무관심해지고 소심하다.

이웃 소행성 마을이 두 쪽 난다 해도 까맣게 모를 정도로. 어느 날 무시무시한 우주뱀이 찾아온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고, 차라리 태어나지 않는 편이 나았겠다고 생각하며 울음을 터뜨리는 등 큰 소동이 벌어지는데….

옛날보다 먹을거리와 편의시설이 넉넉해지고 다채로운 문화생활을 하는 현대인들은 왜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을까?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지를 어린이들과 함께 곰곰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다.

여기에 다빈치의 명화 ‘모나리자’ 등을 비튼 소박한 그림(『옛날에는…』)이나 어두운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펄럭이는 지느러미, 날름거리는 혀, 매섭게 찢어진 작은 눈의 우주뱀’을 꿈틀거리는 뱀 모양으로 배치하는 등 편집 솜씨(『우주뱀의 습격』)가 어우러져 흥미를 돋운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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