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도시생활>재즈가수 꿈키우는 성심여대 서영은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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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수업이 끝나면 나는 매일 홍대앞 재즈카페「스트레오파일」로 간다. 3학년으로 올라오면서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을 찾아낸 것이다.나의 꿈은 카페 여주인도 아니고 주방장도 아니다.좀 겸연쩍지만 재즈가수가 되는 것이다.
어릴때 발레와 피아노도 해보았고 고등학교땐 공부만 했었다.그래서 성심여대 생물학과에 진학했다.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진정한 나의 선택은 없었던 셈이다.부모님이 극성도 아니셨는데 나는평범한 우등생이 되기를 바라던 집안 분위기에 눌 려 지냈던 것이다.지난 3월,라이브무대가 있는「스테레오파일」에 갔다가 갑작스런 무대가수의 지명으로 노래를 부르게 됐다.내친 김에 18번을 열심히 불렀다.
그런데 당황스럽게도 재즈그룹 결성을 준비하던 카페주인 김형준씨가『학생같은 목소리는 재즈에 적격인데 재즈 한번 해보지 않을래요』라고 엉뚱한 제안을 했다.나도 모르게『그런가요….그럼 해보죠』라는 대답이 나왔다.
그후 재즈공부를 시작했다.방과후에는 어김없이 카페로 가야 했고 친구들과 마음껏 놀 수도 없었다.그리고 집에는 12시가 넘어야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대기업의 부사장이신 아버지의 반대였다.여유있는 가정형편,아버지의 권위 등이 재즈가수가 되는데 걸림돌이 됐다.급기야 아버지의 반대로 며칠동안 카페에도 나가지 못했다.하지만 이번에는 부모님의 결정에 무조건 따르 지 않기로 했다.생각끝에 어머니와 아버지를 겨우 설득,「스트레오파일」로 모셨다. 그리고 가장 자신있는 곡을 골라 무대에 섰다.단 한곡의 노래에 난생처음 땀을 흘리며 노래를 불렀다.
난 그 한곡으로 아버지의 승락을 얻어냈다.뒤에 하신 말씀이지만 아버지는 내 재능을 그때 처음 아셨고 내 눈빛에서「하고 싶다」는 열망을 읽으셨단다.내년에는 정식으로 레코드를 취입할 예정이다. 그래서 요즘은 연습에 더욱 여념이 없다.태어난 후 처음으로 내가 선택한 길을 걷고 있다는 생각이 나를 기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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