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멋쟁이들 헌옷이면 어때요-레알지구 중고시장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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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전세계 패션의 유행을 창조해내는 도시 파리.최고급의 화려한 부티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이 도시에 최근 중고 의류만을전문으로 취급하는 상점이 큰 인기를 끌고 있어 화제다.특히 최근 들어서는 「젊은이의 거리」로 불리는 레알지구 를 중심으로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한 중고 의류상가가 새로운 쇼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파리시내의 남단 폭트 오를레앙과 북쪽끝 폭트 드클리아냥쿠트를잇는 지하철 4번선의 레알역.동북쪽으로 1백여m쯤 올라가다 보면 포럼 데 알이라는 쇼핑센터가 나온다.레코드.서적을 싸게 파는 코너와 각종 상점.레스토랑.미술관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이 유리건물을 둘러싸고 광장과 정원이 조성돼있다.마치 서울의 종로와 같은 이곳을 중심으로 형성돼있는 상가 뒤편으로 크고 작은 중고 의류점이 20여곳 있다.
레알지구의 뒷골목에 해당하는 이곳은 중고시장을 통해 들어온 헌옷들이 깨끗이 세탁돼 파리의 멋쟁이들을 맞고 있다.「에키므지크」「에어 메일」「매직 서클」「보이 러브 걸」등의 간판을 내건이들 상점에는 요즘 유행하는 군복풍의 옷에서부터 벨벳.새틴 소재의 재킷과 스커트,지난 여름 인기를 끌었던 운동복풍 셔츠.바지등 다양한 옷들이 진열돼 있다.
지난달말 어느 오후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를 피해 찾은「에어메일」이란 옷집에는 각종 드레스류등이 가지런히 행거에 걸려 있었다.깨끗이 세탁이 돼서인지 언뜻 보면 새옷같아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가죽끝이 낡았다거나 칼라.주머니 부 위가 닳아 중고 의류임을 금방 알수 있는 옷들이다.
10대로 보이는 3명의 여학생이 막 옷을 사들고 가게문을 나서고 있었고 2명의 젊은이가 가죽 점퍼를 입어보고 있었다.이 가게의 수 수라는 여자 점원은『유행의 흐름에 맞춰 옷을 구비해놓는 게 우리 가게의 특징』이라고 말한다.또 저 렴하게 옷을 구하려는 젊은이들과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들르는 의상학과 학생,디자이너등이 단골 고객이라고 말했다.
벨벳 재킷이 2백프랑(한화 3만원),청바지 2백50프랑(한화3만7천5백원),블라우스가 1백프랑(한화 1만5천원)선.저렴한가격에 유행에 맞는 옷을 사 입을 수 있다.오래된 것의 가치를인정해주는 게 이들의 관습이다보니 남이 입던 옷이라고 거리낄 것도 없다.
하루 20~30명이 이 가게를 찾는다고 밝힌 수 수는 최근에는 일본에까지 이 상점이 알려져 방학때면 일본학생들로 북새통을이룬다며 자랑이 대단하다.바스티유 지역에도「유호픽 모드」라는 상호로 지점을 갖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에어 메일을 뒤로 한채 길모퉁이를 돌아 신느 7번가로 접어들자「보이 러브 걸」이란 상점이 우스꽝스런 원숭이 만화그림과 함께 눈길을 끌었다.가게앞에 중고 청바지를 가득 걸어놓은 이 집은 청바지 전문점.무릎.엉덩이등 군데군데가 해지거 나 찢어진 바지에서부터 색바랜 청바지,새것과 다를 것 없는 물건등이 종류별로 정돈돼 걸려있었다.3백프랑을 주고 리바이스 청바지를 하나샀다는 스테판이란 청년은『이곳에 오면 항상 특이한 것이 있어 좋다』며『한달에 두세번꼴로 이곳을 찾 는다』고 말했다.
[파리=李貞旼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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