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뿌리내리기>5.美논란속 졸업필수 채택 점차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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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학교는 지역사회 봉사를 강요(force)해서는 안된다.』 지난해 9월16일 유 에스 에이 투데이란 신문은 사설란에 이같은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그리고 그 밑에 나란히 전 앨라배마 출신 하원의원이며 당시 한 시민단체의 수석부회장으로 일하는 존부캐넌의 반대의견을 실었다.부캐넌의 글은 사설 과 반대로 초.
중.고등학생들에게 자원봉사를 강제해 교육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90년대 들어 미국 학교들은 학생 자원봉사에 대해 기존입장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청소년 문제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학교들이 앞다투어 학생 자원봉사를「강요」하기 시작한 것이다.유 에스 에이 투데이의 사설은 그같은 미국 학교들의 새 조류에 반대해 자원봉사는 말그대로「자원봉사(自願奉仕)」이어야 한다는 전통적인 견해를 대변한 것이다.
신문 사설이 나온 지난해 9월까지 미국에서 자원봉사를 공립고교 졸업필수로 규정토록 허용한 州는 모두 17개에 달했다.이들학교는 적게는 10시간에서 많이는 2백시간까지 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해야 졸업장을 주었다.보스턴의 15개 공립 고등학교는 60시간을,메릴랜드주의 2백3개 고등학교는 75시간을 자원봉사해야 졸업을 시켰다.
과연 지역사회에 나가 불우이웃을 돌보고,환경을 깨끗이 하고,문화.체육행사를 돕는 자원봉사 행위가 강요될 성질의 것인가.강요될 경우 그것은 자원봉사의 순수성이 깨지는 것은 물론 봉사의질도 나빠져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어떤 영어교사라도「강제된 자원봉사자」(mandatory volunteers)라는말은 모순이라고 할 것』이라고 유 에스 에이 투데이는 이렇게 비꼬기부터 했다.
그러나 이같은 의견에 대한 반대 입장은 단호했다.부캐넌은 『아동들이 봉사를 배워야 한다』는 주장이다.『나는 졸업필수가 아니라 그보다 더한 봉사도 강요했으면 한다.』 『봉사활동은 학생들에게 지역사회 참여의 중요성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가치를 가르친다.』부캐넌은 모든 사람은 그들의 지역사회를 위해 공헌해야 할 의무가 있고 남을 도와야 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무리 자라나는 청소년들이라 해도 자원봉사를 강요할 수 있는가.사실 이에 대한 논쟁은 아직도 끊이질 않고 있다.지난 92년7월 메릴랜드州가 미국 최초로 주내 공립학교들에75시간의 자원봉사를 졸업필수로 규정하는 법을 제정할 당시 주의회에는 이를 반대하는 5개의 반대법안이 상정됐다.
지난해는 펜실베이니아주 고등학생 2명이 학교측의 강제에 반발해 대법원에까지 위헌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이들 모두 패소했지만 아직도 자원봉사에 대한 강제여부는큰 쟁점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미국에서 자원봉사를 강제하는 학교 수가 점점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초.중.고생들의 학생 자원봉사에 대한「강요」는 미국에서 곧바로 일본에 전파됐다.92년 일본 문부성 역시 고교입시에 중학생자원봉사 내용을 반영토록 지침을 내리고 내년부터는 대학내신에 이를 반영할 계획으로 있다.일본에선 학생들의 지 역사회 봉사를아예 국가제도로 정착시켜 버리려는 추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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