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린북스>"엄마의 사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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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이 책의 제목이 된「엄마의 사진」은 에세이작가 요시나가 미치코가 지난해 3월『청춘과 독서』誌에 발표한 작품이다.작자는 9살 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단 둘이 살아왔다.
『신도 부처님도 소용이 없네.우리같이 어려운 집의 기왓장을 태풍에 날려버리면 어떡하란 말이야….』 미치코가 국민학생일 때의 일이다.태풍에 기왓장이 날아가버리자 어머니는 딸을 붙잡고 울먹거렸다.험난한 세상을 헤치고 살아갈 만큼 적극적인 성격이 아닌 어머니는 남편을 잃은 불안과 외로움을 딸에게 의지하며 살았다.미치코는 어린 마음에 서도 어머니의 자격지심(自激之心)을달랠 효과적인 방법을 강구했다.아무리 생각해도 공부를 해 일등을 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그런 점에서 미치코는 어머니에게 있어서 딸이면서 동시에 남편이었다.
그 뒤 엄마와 같은 어른이 되고싶지 않다고 생각한 것은 중학교 때부터였다.가장 듣기 싫은 말은『엄마를 닮았네』란 말이었다.미치코는 성인이 될 때까지 어머니와는 다른 삶을 살기 위해 스스로와 싸워왔다.
그러나 사람들로부터 더 이상 엄마와 닮았다는 말을 듣지 않게된 때부터 미치코는 자기가 지금까지 싸워왔던 것은 인정하고 싶지 않은 엄마의 모습이 아니라 실은 자기자신의 모습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지난 가을 이모.외삼촌 부부와 여행을 떠났다가 영원히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어머니가 곁에 없지만 미치코는 여전히 어머니와 또다른 대화를 나눈다.바로 웃고 있는 어머니사진과의 대화가 그것이다.〈日本에세이클럽 엮음.문예춘추. 3백20쪽.1천4백엔〉 〈金國振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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