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후 안전관리로 충분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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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1일 정부가 확정한 대형사건.사고 방지를 위한 종합안전대책은 성수대교 붕괴사고의 교훈을 제도적으로 구체화한 첫번째 대책이다.이 대책 가운데 시설물안전관리 특별법을 제정,주요시설의 안전점검을 의무화한 것은 앞으로 위험시설물을 사전 에 탐지,사고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일선기관에서 안전진단을 전담할 관리공단(管理公團)을 발족시키는 것도 인원과 예산이 뒷받침된다면 진일보한 조치가 될 수 있다.성수대교 사고로드러난 서울시청 동부(東部)관리사업소 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상기하면 이 관리공단의 충실한 운영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알 수 있다. 그러나 특별법에서 민간 시설물에까지 사용제한 조치를 하기로 한 것은 사유 재산권(財産權)을 침해할 여지도 있는만큼 좀더 여론을 들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안전에 이상(異常)이 있을 경우라는 전제가 있지만 위험의 정도와 보완방법을 둘 러싸고소유주와 의견이 엇갈릴 수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간과하지 않아야 할 것은 시설물관리 특별법이 아무리 잘 만들어져도 결국 그것은 부실(不實)시공물을 사후에 발견해 내는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지금이 순간에도 바닷모래를 사용하는 아파트들이 다량 건설되고 있는데도 염분(鹽分)을 충분히 제거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다.그것은 사후적인 안전관리로 시정되지 않는다.결국 입찰.설계.시공.감리등 건설 전분야의 사전적(事前的) 안전 담보가 필요한 것이다.아울러 부실시공의 풍토를 조장 하는 부조리를 근절하는 장치가 강화돼야 비로소 시설물의 안전이 확보되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이번대책이 「종합」이라고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위험 시설물이 우리 주변에서 다시 생겨나지 않을 때까지 건설 전분야의 제도와 관행을 고쳐 나갈 각오로 대책 마련에 임해야 한 다.종합대책이마련한 과적차량 단속도 물류(物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어떻게 축소하는가 고민한 흔적이 없다.제2,제3의 대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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