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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통신 영화흥행에도 영향-하이텔 올해6천7백여건 전송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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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컴퓨터 통신이 영화팬들의 정보교환창구와 토론의 장으로서의 기능은 물론 최근 들어서는 영화 흥행에도 영향을 주는등 영화여론주도 매체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있어 주목된다.하이텔의 「시네마 천국」중 「영화를 보고」란은 회원과 일반인이 올해중 써올린 글들은 11일 현재 6천7백여건에 이르고 있어 풍부한 견해와 정보가 담겨있다.특히 이 부분은 일반인의 평범하고 솔직한 의견을 담고있어 객관적 정보를 얻으려는 회원들로 인기가 높다.
이 난을 보고 주말에 볼 영화를 결정한다는 회사원 하승규(33)씨는 『일반 영화팬의 평범한 평가위주여서 수준높은 예술영화만 선호하는 평론가의 글이나 무조건 좋다고만 하는 광고나 팸플릿보다 더욱 요긴하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이지연(24)씨는 『컴퓨터통신에 자주 거론되는 영화를 보지 않거나 통신에 나온 영화이야기를 읽어두지 않으면 친구들끼리의 영화관련 대화에 끼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우리에게 생소한 편인 대만영화 『음식남녀』는 컴퓨터통신 때문에 크게 이득을 봤다.수입사 관계자가 컴퓨터 통신에 시사회 일정을 안내하자 많은 젊은층들이 관람했으며 감상문을 통신에 많이실어 결과적으로 이 영화가 입소문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흥행성공으로 이어지는데 기여한 셈이 됐다.
한국영화 『너에게 나를 보낸다』와 『블루시걸』은 현재 영화가좋다,나쁘다로 나뉘어 격렬한 토론이 매일같이 벌어지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흥행에 큰 영향을 주기도 했다.
게다가 이 난의 글들은 영화관객의 대부분을 이루는 젊은층의 영화에 대한 사고를 반영하고 있어 영화사들도 거의 매일같이 체크해 개봉영화의 동향파악,앞으로 제작하거나 수입할 영화선택에 참고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한 영화사 기획관계자는 『해외 영화마켓방문이나 제작기획회의 전에는 컴퓨터통신망에 나타난 영화감상을 모두 읽어본후 방향을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그는 『이 난은 원칙적으로 상업적 활용이 금지돼 영화관계자가 직접 글을 띄울 경우 금방 정체가 밝혀지면서 이용자들의 항의를 받는등 역효과가 날수 있어 각 영화사들은 기술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궁리중』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영화계에서 편법이나 대충 처리한 부분,삭제등에 대한 비판여론도 적지않게 나와 영화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블루시걸』의 경우 주인공 목소리를 더빙하면서 원래 예정된 인기배우들이 전부 녹음하지 못하고 후반부부터 성우목소리로 대체됐는데 통신에서는 이를 비판하는 기사가 거의 매일 오르고 있다. 또 최근 출시된 『요리사,도둑,그의 아내,그녀의 정부』비디오는 중요장면이 다 삭제돼 이해가 곤란하다며 출시사와 공윤을 싸잡아 비난하는 글들이 많이 나와 인기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편 통신망에 실린 글들 중에는 고등학생임을 자처하는 동호인이 『너에게 나를 보낸다』나 『블루 시걸』등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화를 보고 감상을 올리기도 해 영화관의 허술한 입장객 관리상황을 보여주기도 했다.
〈蔡仁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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