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신의나의골프>15.골프.공부 병행 힘든 대학생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86년 8월 나는 미국 골프 명문인 애리조나주립대학에 입학했다.이 학교는 미국골프투어 통산성적 42승을 올린 대스타 조앤카너를 비롯,애리스 밀러.다니엘 아마카파니등 유명 프로 골퍼들을 많이 배출한 학교다.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여자 프로 골퍼중 애리조나 출신이 가장 많다.특히 아마카파니는 나보다 2년 위로 같이 생활하면서 각종 대회에서 활약키도 했었다.
애리조나주립대학은 집에서 승용차로 7시간.대학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을 챙겨 집을 나섰다.차안에서 아버지는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성공하려면 어떤 분야에서든 「탤런트」가 돼야한다며 내가 운동으로 앞날의 진로를 결정했으니 대학에서 반드시 성공할수 있는기반을 닦아야 한다고 충고해주셨다.
애리조나주립대학에서 처음 만난 사람은 골프 전담코치인 린다 볼스테드 코치였다.현재도 애리조나 주립대학의 코치인 볼스테드는미국에서도 일류로 꼽히는 여성 골프지도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다.성격이 여자답지 않게 호방하고 쾌활해 누구와 도 거리낌 없는 관계를 맺는 수완가기도 했다.여자는 운동도 잘해야 되지만 멋을 낼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수들 의상에 특히 신경을 써 애리조나주립대학 선수들은 옷잘입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볼스테드 코치는 나를『골프의 명문 애리조나의 전통을 빛낼 선수가 왔다』고 반겨 맞으며 『앞으로는 내가 어머니』라고 다정하게 대했다.볼스테드 코치는 대학 4년동안 뿐 아니라 프로 진출이후에도 나의 선생님이며 다정한 친구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시작한 대학생활은 그러나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모든 대학 운동선수들이 느끼는 어려움이지만 학업과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동선수라고 해서 학업에 주어지는 특혜는 조금도 없었다.단지특혜아닌 특혜가 있다면 경기 때문에 시험을 못치렀을 경우 교수앞에서 별도로 시험을 볼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 뿐이었다.
그것도 허용하지 않는 교수가 있어 어떤 때에는 시합장에서 팩스로 시험지를 받아 코치를 감독으로 해 시험을 봤던 때도 있다.다정하던 코치들도 시험때만은 「규정대로」 안면을 바꾸었다.운동에 대한 부담도 많아 예습해보고 수업에 들어가는 것이 가장 큰 대학생활의 소원이 될 정도였다.
정말 공부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과연 4년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지금 생각해도 까마득하기만 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