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논단>美중간선거의 교훈-클린턴,정치가로 거듭 나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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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선거결과 하나에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위험한일이다.그러나 이번 중간선거 결과를 놓고 볼 때 더 큰 위험은클린턴 대통령과 민주당이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무엇을 원했는지 그 중요성을 자칫 과소평가할 가능성이 있 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결과를 단순히 기성정치인에 대한 유권자들의 염증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서는 안된다.또 클린턴의 젊은 참모들이 이야기하는 대로 유권자들이 단순히「변화」를 원했다고 한마디로 일반화해서도 안된다.유권자들이 요구한 변화는 일정한 방향으로의 변화였으며 그것은 진보주의에 반대하고 보수 쪽으로 나가라는 메시지였다.공화당 정치인끼리 자리를 바꾼 선거구에서도 빈민과 소외계층에 대한 정부보조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더욱 보수적인 공화당 인사가 당선됐다는 사실을 간과해서 는 안된다.
이번 선거결과는 클린턴의 지난 2년간의 대통령직 수행에 대한유권자들의 명백한 부정적 평결이다.92년 대선에서 클린턴의 승리는 큰 희망을 가져왔고, 많은 사람들은 그가 사회및 경제문제를 다루면서 연방정부의 능력과 신뢰성을 높여줄 것으로 기대했었다.또 많은 사람들은 클린턴이 개혁을 통해 정부의 정당성을 회복시키고,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던 하원과의 원활한 공조를 통해 이제는 무언가 일다운 일을 해줄 것으로 기대했었다.
집권 첫 해 재정문제와 사회복지.환경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클린턴은 정부의 정당성 회복이라는 보다 중대한 과제 달성엔 실패하고 말았다.
클린턴의 역작(?)인 의료개혁안마저도 치명적인 실수라고 볼 수 있다.개혁안 자체와 그것을 추진하는 과정에도 많은 결함이 있었지만 더 중요한 문제는 의료개혁안에 대한 지나친 집착 때문에 보다 합리적이고 달성가능한 많은 국정목표들이 뒤로 밀렸다는점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결과가 차기 대통령선거까지 남은 2년간의 국정 운용에 어떤식으로든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공화당이 다수당이 됨으로써 이제 정부가 추진해야할 국정현안들이 어쩌면 더 선명하게 압축됐는지도 모른다.공화당의 대표주자로 하원의장을 맡게 될 뉴트 깅그리치와 보브 돌 상원의원은 수년전부터 재정축소.감세(減稅).균형예산등 한마디로「작은 정부」를 주장해왔다.이제 그들은 어떻게 세금삭감과 동시에 재정적자의 폭을 줄여나갈 수 있을지,그 방법을 제시하지 않으 면 안된다.
클린턴은 이제 훨씬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그의 권위는 의회에서뿐만 아니라 민주당내에서도 불안한 상태에 놓이게 됐다.선거결과가 이토록 엄청난 패배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지 않았던 클린턴과 그의 측근들은 공화당 지배의 의회에 어떻 게 대처해나갈지 고심하고 있다.
타협적이고 초당적인 접근방법을 취하자는 주장과 함께 철저히 자기식대로 밀고 나갔던 해리 트루먼식 접근법을 따르자는 주장도나오고 있다.
클린턴은 상식의 옹호자로,또 효율적이고 변명을 늘어놓지 않으며 자기한계를 인식하는 정부의 옹호자로 자신의 역할을 다시 세워야 한다.당리당략과 정치적 이미지에 매달리는 정치꾼이 아니라문제해결의 분명한 길을 제시하고 이를 밀고나가는 진정한 정치가로 거듭 태어나야 하는 것이다.
[本社特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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