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분수대>東 티모르의 비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인도네시아 동남부 小순다열도(列島)에 위치한 티모르섬은 16세기이래 유럽의 지배를 받아왔다.처음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이,이어 네덜란드가 들어왔으며 19세기초 영국의 지배를 받았다.그후네덜란드와 포르투갈이 경쟁을 벌여 서쪽은 네덜란 드가,동쪽은 포르투갈이 나눠 차지했다.
1945년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한 인도네시아는 50년 네덜란드령(領)이었던 西티모르를 자국(自國)에 편입시켰다.東티모르는 2차대전 후에도 계속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다가 지난 75년11월28일 독립했다.그러나 독립 9일만에 인도 네시아의 침공(侵攻)을 받았다.
그후 전쟁과 기아(饑餓)가 동티모르를 휩쓸었다.
한 조사에 따르면 75년이후 지금까지 약20만 동티모르인이 사망했다.
저항조직인 동티모르 독립혁명전선(프레틸린)은 게릴라투쟁으로 맞서고 있으나 병력.장비에서 절대적 열세(劣勢)로 궤멸(潰滅)직전이다.
인도네시아는 동티모르의 인도네시아화(化)를 위해 본토인의 이주를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개발에서 얻어지는 경제적 부(富)를 독점하고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방세계는 동남아 반공(反共)기지와 자원부국(資源富國)으로서 인도네시아의 존재만을 중시(重視),인도네시아의 불법행위를 외면해왔다.
동티모르에 세계의 이목이 다시 집중되는 계기가 된 것은 지난91년 11월 동티모르 주도(州都)딜리의 산타크루즈 묘지 학살사건.한 장례식 집회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구호가 나오자 인도네시아군이 발포(發砲),약 2백명이 사망했다.유엔 총회는 인도네시아의 동티모르 철수(撤收)를 요구하는 결의를 채택하고 유엔인권위원회 조사단을 파견했다.올해도 지난 5월과 6월 큰 소요가잇따라 발생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오는 15일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두번째 비공식 정상회담을 연다.이번 회의는 역내(域內)무역.투자 자유화 등 경제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정치.인권문제는 일절 다루지 않는다.21세기 아시아.태평 양의 새로운지역경제공동체를 표방하는 APEC가 동티모르에서 벌어지고 있는비극을 외면하면서 그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