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현대미술의 흐름 한눈에-경주 선재미술관 장기전시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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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그동안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독일 현대미술을 감상할수있는독일 현대미술의 파워전이 경주 선재미술관에서 10월 7일부터 열리고 있다. 선재미술관은 미국과 프랑스에 치우쳐있는 한국 미술계에 90년대 들어 세계무대의 주류로 떠오르고 있는 독일 현대미술을 보여주기 위해 이전시를 마련했다.
선재미술관 큐레이터 박규형씨는『지난 60~70년대에는 요셉 보이스등 일부 작가들만이 세계무대에서 독자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데 그쳤지만 90년대에는 카셀도큐멘타.베니스비엔날레등 국제적인 미술제에서 독일 작가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며 독일 현대작가전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기획전에 참가하고 있는 21명의 30~40대 독일 현대작가 중 14명이 독일의 미술전문지『카피탈(Kapital)』이매년 선정하는 세계 1백대 작가에 포함돼있다는 사실이 박씨의 이러한 설명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독일 현대미술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은 사진작가의 급부상이다.
사진을 회화와 동등한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베허부부를 비롯해 자신의 모습을 사진에 담은 요셉 보이스,내년 베니스비엔날레독일대표작가로 선정된 토마스 루프등 모두 7명의 사진작품이 소개돼 신선함을 주고 있다.
미술관 입구 왼편에 위치한 첫번째 전시실에서는 독일 현대미술의 성장에 기여했던 60~70년대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이 방에 들어서면 베허부부의 사진작품 외에 백남준과의 행위예술로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요셉 보이스의 작품『두개의 뿔(1961)』이 눈길을 끈다.이 작품은 10월3일 막을 내린 파리 퐁피두센터 「보이스회고전」에 출품됐던 것으로 길이 가 각각60㎝,40㎝나 되는 실제 동물의 뿔을 사용했다고 해서 전시기간 내내 동물애호가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작품이다.
또 A4용지 크기의 아트지 1천6백장을 겹겹이 깔아놓아 별모양 백색 평면위에 정교하게 마름모꼴 구멍을 낸 것같은 효과를 주는 라이너 루텐벡의 『다이아몬드형』(1994)도 색다른 작품으로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거장들의 방 뒤에 있는 비디오실에서는 피아노를 천장에 거꾸로매다는 설치미술로 잘 알려진 레베카 호른의 비디오작품(1989)이 상영되고 있다.자막없이 독일어로 1백여분간 계속돼 다소 이해가 어렵지만 관객들은 충격적인 영상을 접하면 서 현대미술이단순히 회화로만 정의되기에는 너무 확대돼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을수 있다.
본격적으로 30~40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걸려있는 전시실로 들어가면 특수 망원경을 통해 밤하늘에 촘촘히 박혀있는 별을담은 토마스 루프작『07h48m/-70°(1990)』의 흑백사진과 흉하게 일그러진 두 인간의 얼굴을 담고 있는 토마스 쉬테작『연합된 적들(1994)』의 현란한 색채사진이 대조를 이루고있다.특히 쉬테의 작품은 직접 제작한 인형을 다시 사진으로 찍은 것인데 다양한 분야가 복합되어 나타나는 현대미술의 현주소를읽을수 있다.
선재미술관 큐레이터 신미경씨는『이 전시의 주요 흐름은 사진과사진처럼 정교한 회화등 사실주의 경향의 작품들이지만 현재 시도되고있는 모든 종류의 독일 현대미술이 고루 들어있다』고 전시회의 성격을 설명했다.
이 전시는 내년 1월10일까지 계속되는데 한국전시가 끝나면 중국.일본등으로 자리를 옮겨 아시아 순회전 형식으로 전시가 이어질 예정이다.
〈安惠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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