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공산주의5년>2.자본주의의 쓴맛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동유럽 각국의 시장경제화 개혁이 일단 수치상으로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개혁직후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던 산업생산은 1~2년전부터 감소추세가 둔화되거나 플러스로 돌아섰다.천정부지로 치솟던 물가가 잡히기 시작했고 ,국영기업의민영화도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외국기업의 투자도 크게늘고있다.
89년9월 초긴축재정과 급진적 구조개편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발셰로비치 개혁안」을 도입한 폴란드 경제는 이미 92년부터 플러스 성장을 계속,올해엔 유럽최고인 4.5%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90년 5백86%에 달했던 인플레율도 올해엔 31%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폴란드 경제기획원의 크리스토프 몽드르 경제제도국장은『실업률이 아직 17%수준으로 높지만 내년을 고비로 줄어들 것』이라며 『현재까지 개혁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했다. 체코의 경우 실업문제를 가장 잘 해결해 가고 있는 케이스.현재 체코의 실업률 3.2%는 동유럽은 물론 전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이는 무엇보다 국영기업의 민영화가 원만히 이뤄져 일자리를 많이 창출했기 때문이다.현재 체코 국내총 생산(GDP)의 70%가량이 민간기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으며 올해안으로 민영화가 모두 끝나면 경제성장률이 개혁이후 처음으로 플러스(3%)를 기록하게 된다는 것이 정부측 예상이다.외국기업의 투자는 너무 많아 통화관리나 인플레 우려 때 문에 오히려 투자를 억제하고 있는 형편이다.
다른 동유럽국가들과 달리 이미 68년부터 「위로부터의 개혁」을 추진,정치적 안정을 유지해온 헝가리는 적극적 외자유치정책으로 89~93년 동유럽국가중 가장 많은 70억달러의 외국자본을유치,이를 기초로 착실히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통계수치상의 성공에 대해 일반국민들은 동의하지않는다. 『물가 때문에 가만히 앉아 월급을 도둑질 당하는 꼴이다.그간 교편을 잡다가 3년전 택시운전사로 전업했다.현재 내 월급은 6만포린트로 교사의 세배가 넘는다.』어디서나 「민의의 대변인」으로 통하는 택시기사인 부다페스트의 미시 마자르(38)는『정부의 발표는 허구일 뿐 일반 시민들의 생활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헝가리과학아카데미 산하 세계경제연구소의 유디트 키스박사는『헝가리는 물론 동유럽 각국이 거시적으로 가장 큰 문제인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너무도 쉽게 증세에 의존,물가를 부추기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소득은 독일의 10분의1에 불과한데 세금이나 물가는 독일과 비슷해져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무분별한 서유럽 소비재 수입의 급증은 국내산업기반을더욱 취약하게 하면서 벼락부자들을 양산,못가진 자들의 상대적 빈곤감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토록 동유럽 국민들이 원했던 자본주의가 이처럼 우선「쓴맛」부터 선을 보이는 것이다.
[부다페스트=劉載植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