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인정한 대원외고ㆍ민사고 파워 비결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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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외고와 민족사관고가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발표한 미국 8개 명문대 진학률 상위 40개교에 포함됐다. 대원외고는 13위, 민족사관고는 23위였다. 미국 이외에서 40위 안에 든 학교는 한국의 두 학교뿐이다.

WSJ 조사에 따르면 대원외고는 11명을, 민사고는 14명을 하버드대 등 미국 8개 명문대에 진학시켰다. 이 신문은 “대원외고의 미국 명문대 진학률은 (미국 명문)뉴욕 호레이스 그릴리 고교의 네 배가 넘는다”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두 학교 학생들은 스파르타식 교육을 통해 선(先)이수학점(AP)과 수능(SAT)에서 뛰어난 성적을 얻고 있다. 미국 대학에 가려면 내신(GPA)·수능·선이수학점·과외활동·에세이(자기소개서 등)·추천서 등 6개 분야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이 중 수능과 선이수학점 분야에서 한국 학생들의 경쟁력이 뛰어나다.

2000년대 들어 대원외고가 글로벌 리더십 프로그램을, 민사고가 국제반을 만들어 집중적으로 지도한 결과다. 대원외고 유순종 유학반 교사는 “학생들이 일주일에 15시간씩 영작문·영문학 수업을 받으며 한 달에 4권의 원서를 읽고, 10장 이상의 에세이를 써낸다”고 밝혔다.

여기에 학생들의 ‘악바리 근성’이 더해져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평균 6개씩 AP시험을 보는 데다 만점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시험을 친다. 미국 학생들은 보통 AP를 2~3과목만 본다. 민사고 출신 양바롬(19)군은 “AP를 9개나 땄다”고 밝혔다. 9월 하버드대에 진학한 김은지(19)양도 “6개 AP 과목에 응시했는데 이 중 미시경제 과목은 만점을 받을 때까지 세 번 봤다”고 말했다. 올해 민사고 졸업생 중 SAT 독해 만점(800점)자도 16명 나왔다.

교사진의 실력도 우수하다. 민사고 교사 58명 가운데 박사학위 소지자가 28명이다. 대원외고는 미국 명문대 출신의 외국인 교사 12명이 유학반을 맡고 있다. 미국 대학에 추천서를 써 주는 유학 전담 카운슬러의 역할도 크다. 대부분 교포 출신인 이들은 미국 대학의 입시 경향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이 3년간 학생과 상담한 자료를 토대로 대학에 추천서를 써주는데, 미국 대학에서 이 추천서를 신뢰한다는 것이다. 민사고의 손은주 국제반 디렉터는 “매년 ‘캠퍼스 투어’를 통해 학생들과 미국 명문대를 탐방하면서 주요 대학 입학처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학교의 교육 방식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숙명여대 교육학과 송기창 교수는 “국가 교육과정을 무시한 편법 운영이 일반화된다면 국가 교육체제를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태 청소년정책연구원장은 “두 학교의 미 명문대 진학률이 알려지면서 미국 교포들까지 한국에 와 점수따기 비법을 배우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비법으로 입학한 학생들이 대학에서 적응을 잘 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AP제도(Advanced Placement)=고교생이 대학 수준의 특정 과정을 이수하고 시험을 치러 일정 점수를 받으면 대학 학점을 취득한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 국내에서도 몇몇 대학이 올해부터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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