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준씨 귀국 한달 어떻게 지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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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박태준(朴泰俊)前포항제철 회장이 오는 9일로 귀국 한달을 맞는다.朴씨는 작년 3월 출국해 미국.일본등지에 머문후 지난달 9일 모친상으로 귀국,같은 달 16일부터 서울대 병원에 입원중이다. 朴씨는 그동안 검찰로부터 소환받아 바깥 출입한 것을 제외하곤 줄곧 병원에 머물고 있다.朴씨는 사법처리문제가 해결되면해외에서 병을 치료한 후 국가가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기관을설립하거나 韓中합작으로 중국제철소와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겠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치와의 결별의사는 확고해 朴씨 측근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외부에 이같은 의사를 전달해왔고 교대로 병실을 지키며 정치권 인사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朴씨는 또 최근 환자복을 입은 채로 검찰에 출두해 자신의 뇌물수수혐의등을 시 인,작년말 일부 언론에 밝힌『내가 무슨 큰 죄를 지었다고…』하는 식의 자세와는 다소 다른 태도를 보여줬다.
지난 2일에는 병실에서 朴씨의 67번째 생일잔치가 조촐하게 치러졌는데 이날 참석한 한 측근은『부인.사위.딸등 10여명이 모여 케이크를 잘랐으나 분위기는 침통했다』고 전했다.朴씨는 현재 가슴에 14㎝크기의 혹(종괴)이 있어 갈비 두 대를 잘라내는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병원측은 밝히고 있다.朴씨 주치의인 김병관(金炳寬)씨(내과)는『이 혹은 89년 7~9㎝였는데 이후 계속 커져 심장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주치의인 고창순(高昌舜)박사도 지난달 말 朴씨의 병실에 들러 병세를 살펴봤는데,병원측은 한사코『의사로서 환자를 돌본 것일 뿐』이라며 정치적 의미로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朴씨측은 92년부터 치료를 받았던 동경여자의과대 학에서 수술을 받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는 출국금지조치가 풀려야만 가능하다.
인재양성기관은 朴씨가 89년께부터 구상해온 프로젝트로 경제.
사회.문화분야의 인재를 양성해온 일본의 마쓰시타 정경숙(松下 政經塾)을 모델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朴씨는 당시 측근을 일본에 보내 현지 운영체계등을살펴보게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韓中합작 제철소건(件)은 지난 3월 중국 관리가 포철신화를 이룩한 朴씨를「모셔가기」위해 면담을 신청한 이후에 나온 것이다.이와 관련,朴씨 측근은『朴씨가 당시 중국에서 활동하는 것이 조국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거절했다』며『그러나 韓中합작으로 중국에 제철소를 짓는다면 참여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宋明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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