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에듣는다>시한부목숨 새생명 얻은 모습에 가슴뿌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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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92년초 독일 하노버대학병원에서 장기이식 코디네이터 연수과정에 들어가기 전만하더라도 하희선(河曦先.34.서울중앙병원)씨는평범한 간호사에 불과했다.
독일 연수후 그녀는「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단다.이후 장기 기증자가 나타나면 휴일은 물론 밤근무도 예사롭게 생각하고 자신을 포함,교직원 50여명에게 사후 장기기증 서약을 받아놓는 근성 있는 간호사가 됐다.장기 이식 코디네이터란 장기를 기증하는 사람과 수혜자.의료진간의 중간 조정역할을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河간호사가 1호어떻게 보면「생명의 전달식」이라는 큰 행사의 총연출을 맡고 있는 그녀의 역할은 한마디로 표현이 힘들만큼 많고도 복잡하다.우선 장기 기증자가 나타나면 의료진으로 구성된 장기 구득팀과 이식받을 환자를 이송할 팀을 파견하는 한편 병원에 각종 검사와 수술팀을 대기시켜 놓고 원무과.보험과등에서 행정적인 절차를 밟는다.수술이 끝난뒤 가족과의 상담,환자의 평생관리,법적.윤리적문제,간호사및 일반인을 위한 교육,각종 홍보자료 제공 등도 그녀의 몫이다.
석광렬씨의 장기제공을 계기로 장기 기증자가 늘어나 여름휴가도반납하고 업무에 매달렸다는 그녀는『몸은 천근처럼 무겁고 피곤하지만 장기이식이 없으면 3개월도 살지못할 사람이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는 것을 보며 삶의 보람을 찾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녀를 지치고 우울하게 만드는 것은 과중한 업무가 아니다. 장기를 기증한 사람이 가난할 경우 적어도 치료비라도 감면되면 좋으련만 장기를 사고 팔수 없는 현행법으로는 병원에서 장제비 1백만원을 지원하는 것이 고작이다.
『생때같은 자식잃고 적지않은 치료비를 부담하면서 누가 선뜻 장기를 내놓겠느냐』고 반문하는 그녀는『장기 배분기구가 생기고 적어도 기증자의 진료비만이라도 지원할 수 있는 기금이 마련되어야 장기 기증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 다.
〈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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