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평>지금 대학이 위태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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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한강 다리만 무너질 위험에 처해 있는 게 아니다.우리 대학도곧 무너질 위험에 처해 있다.그런데도 아무런 대응없이 그저 대학이 주저앉길 기다리고만 있다.지금도 어려운 대학재정이지만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후면 무너질 위기에 처하 게 된다.이대로 방치만 할 것인가.
대학이 무너진다는 말은 대학이 경제적으로 도산(倒産)한다는 말이다.배우러 올 학생이 없어지면 대학을 꾸려갈 재원이 없어지고 부실기업이 부도내듯 대학도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지금 당장이야 거짓말처럼 들리지만 10년후면 반드시 닥 칠 일이다.
지금 이웃나라 일본(日本)에서도 대학이 살아 남기 위한 비상체제에 들어갔다.2011년이면 18세 인구가 거의 절반수준으로격감함에 따라 대학에 들어갈 학생수가 모자라니 대학이 앞장서 입학생 유치작전에 나서고 있다.
사정은 우리도 비슷하다.한국개발연구원(KDI)이주호(李周浩)박사의「인력수급 전망과 고등교육개혁」이라는 논문은 가장 확실하게 대학의 도산을 예고하고 있다.우리나라 고교 졸업자수는 95년 65만명을 저점(低點)으로 증가하기 시작해 9 8년에서 2000년까지 74만명을 유지하다 2003년에는 크게 감소추세로역전(逆轉)된다.24%인 18만명이 줄어들면서 56만명 수준으로 하락한다.전문대학을 포함한 대학 정원이 55만명인데 비해 재수생을 포함한 고졸 지원자는 50만 명으로 대학지원자가 대학정원을 밑도는 현상이 생겨난다.대학이 정원미달이면 당장 재정적으로 위기를 맞을 것이고 급기야 도산하게 마련이다.
일본은 같은 위기상황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가.정부는 대학에대한 규제를 풀어가면서 대강의 방향만 설정하는「대강화」(大綱化)정책을 펴고 있고,대학은 제각기 미래지향적 구상을 펼치고 있다.가장 관료적이라 할 일본 문부성은 87년 대 학심의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대학의 설치기준령을 대폭 간소화하고 대학의 양적확대보다는 질적 충실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과감히 전환했다.
이중 게이오(慶應)의숙(義塾)의 생존을 위한 자기변신 노력은매우 눈부시다.90년에 신설된 게이오(慶應)大 후지사와 캠퍼스는 총합정책학부와 환경정보학부로 이뤄진다.학과의 미세한 구별이없다.전공과목의 이수 점수도 낮다.인간.환경. 국제.정보를 종합적으로 연구하고 배우는 미래의 교육을 표방하며 산학(産學)협동으로 최첨단 기자재를 도입하고 최상의 교수진을 확보했다.개교4년만에 후지사와 캠퍼스는 가장 미래지향적인 대학으로 세계적 평가를 받기에 이르렀다.
우리 대학도 생존을 위한 자기변신 노력을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이를 위해선 먼저 세가지 전제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첫째,대학에 대한 정부규제를 대폭 풀고 둘째,대학이 다양화.다원화의 생존경쟁을 벌이면서 셋째,대 학이 양적 확대가 아닌 질적 수준의 개혁을 해야만 한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대학의 명줄을 잡고 있는 교육부내의 대학정책실 기능을 대폭 줄여 과(課)수준으로 낮추는 일이다.원래 대학정책실이란 군사정권이 체제유지를 위한 보안장치의 일환으로 대학을 감시.통제하기 위한 기능으로 출발했 다.이젠 감시도 필요없고 통제해서도 안된다.일본 문부성에도 고등교육국의 1개과인 대학과가 존재할 뿐이다.
입시생 숫자가 줄어들면 당장 피해를 보는 곳이 전문대학일 것이다.그나마 성공한 우리의 전문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선 보다 전문적이어야 하고 학제도 2년제만이 아닌 3년제,또는 5년제까지다양한 모습의 변신이 있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 대학은 태평이다.
***質的 대개혁 시급 새로운 인간교육을 표방하고 거대한 발전계획을 발표한 대학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아직도 위기감이 없다.좋은 교수를 모셔오고 좋은 시설을 갖춰 타대학과차별화를 하면 당장 좋은 대학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지난번 中央日報社 가 실시한 대학평가에서 여실히 드러났지만 아직도 근본적인 교육개혁에는 손을 대지 않고 있다.
당면한 위기 실체를 과장할 필요도 없지만 애써 눈감고 지나치려 해도 안된다.대학교육의 위기와 대학의 무더기 도산을 막기 위한 대학 자체 노력과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동시에 강구되고시급히 추진돼야 할 때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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