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인생 엑스트라 전문연기자 부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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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무대속 그늘인생」엑스트라들이 전문연기자로 자리잡는 사례가 늘고있다.엑스트라가 탤런트에 버금가는 인기를 모으며 고정출연자로 부상한 경우는 KBS『사건 25시』에 단골범인으로 나온 배달부(36),MBC『일요일 일요일 밤에』에 매주 엑스트라로 나와 개그맨을 위협하는 폭소연기를 펼친 김춘호(25)등이 대표적.또 엑스트라 생활 10여년만에 KBS-1TV『대추나무 사랑걸렸네』.MBC『야망』등 각종 드라마에 고정출연중인 문모(40)씨와 이모(29)씨는 어엿한 탤런트로 활약하고 있다.방송가에서는 신분을 밝히기 꺼려하는 엑스트라의 특성을 감안할때 엑스트라출신 탤런트는 더 많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엑스트라 공급업체인 ㈜한국예술의 권준석 전무는『과거엔 드라마에나 반짝출연하던 엑스트라들이 올해 신설된「사건25시」「오변호사 배변호사」등 사회고발물 재현장면에 대거 발탁되면서 전문연기자로 진출기회가 늘어났다』고 말한다.
엑스트라는 흔히 카페 손님.행인.점원등으로 극중 구색이나 맞추는 존재로 인식돼왔으나 최근에는『경찰청 사람들』등에 매주 범인.피해자.경찰등으로 10~20명이 격주로 출연하는등 나름대로의 연기영역과 지명도를 확보해가고 있다는 것이다.
『행인역할 하나만해도 단순히 서있는 게 아닙니다.주인공 표정에 걸맞는 분위기를「연기」함으로써 화면전체에 일체감을 형성하는것이 엑스트라의 역할』이라고 권전무는 밝힌다.특히 일반배우는 기피하게 마련인 도둑.망나니.무당등 역할은 전문 엑스트라만도 10여명씩 된다고 한다.
최근에는 엑스트라의 자부심도 높아져「대역인생」의 뜻이 담긴「엑스트라」보다는 드라마제작의 일원임을 뜻하는「보조연기자」로 공식호칭을 바꾸자는 움직임이 일 정도가 됐다.
현재 활동중인 엑스트라 숫자는 정확히 추산되지 않고있으나 이분야 최대업체인 한국예술에 따르면 전업 엑스트라는 대략 5백여명선으로 알려지고 있다.
10대부터 70대까지 연령층이 뒤섞인 이들은 전직 장성.의사.기업체사장에서 실업자.학생까지 다양하다.30여년 경력으로 최고령급인 김모(72)씨의 경우 주례사역만 6백여회를 맡았으며 출연드라마수는 기억이 불가능할 정도.
이밖에 연기자를 꿈꾸거나 부업.취미삼아 부정기적으로 엑스트라를 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의 급료는 철저한 일당제로 대략 3만원선.몇년째 고정된 액수란 점도 문제지만,엑스트라 전문화를 위해 출연강도에 따른 차등지급제 실시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姜贊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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