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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美 제2의 外債위기 오는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7면

아르헨티나는 지난 10월중순 국제금융시장에서 5억달러를 빌렸다.조건은 18개월만기에 이율은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에 1.5%를 얹은 것.
그렇고 그런 보통의 차입이겠거니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국제금융계나 남미국가들에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정도면 한국의 한국전력등이 조달하는 금리와 버금가는 좋은조건이다.차입규모도 80년대초 남미의 외채위기이래 가장 큰 규모. 『3,4년전에는 생각조차 할 수 없던 일』이라고 영국 런던의 웨스트 머천트 은행 피터 웨스트씨는 높이 평가한다.
더욱이 남미의 정부뿐 아니라 멕시코 석유회사인 페멕스등 민간은행과 기업들도 적극 돈을 빌려 쓰면서 또다른 남미의 외채위기설도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아르헨티나 정부의 5억달러 차입은 지난 92년 칠레의 장기국채가 중남미에서 처음으로 스탠더드 앤드 푸어社의 등급기준으로 투자적격인「BBB」,뒤이어 그해 12월 칠레 전력회사채가 민간기업으로는 처음 BBB등급으로 평가된데 이어 나온 것으로 남미국가들에 대한 국제금융계의 호의적인 시각을 반영한다.
「호의」의 배경은▲지난 89년 미국의 당시 브래디 재무장관에의해 제안된 브래디 플랜으로 외채 원리금상환이 대폭 경감된데다▲국영기업 민영화▲무역자유화와▲금융제도 개혁을 통해 경제틀이 안정된데 따른 것이다.
올들어 16개 라틴 아메리카 국가가 차입한 돈은 35건에 모두 52억5천만달러.
총 채무는 IMF(국제통화기금)의 통계상 5천2백90억달러.
빚때문에 나라가 거덜날 것이라고 법석을 떨었던 지난 81년 외채 위기 직전(2천7백45억달러)의 거의 2배에 이른다.
수출규모대비 부채비율은 현재 2백64%로,13년전 2백25%보다 높은 수준이다.
차입은 주로 채권발행이 애용되지만 이외에도 은행 신디케이트 대출과 주식발행등을 활용한다.
이와관련,미국에서는 남미를 포함한 개도국에 너무 많은 돈을 꿔줘 80년대초와 같은 외채위기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美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에 따르면 브라질.아르헨티나등 남미 주요 8개국에 대한 미국 은행들의 대출은 지난 3월말 현재 모두 5백23억달러로 90년말보다 3년남짓 기간에 18.3% 늘었다.
뉴욕소재「브라운 브러더즈 해리먼社」의 국제금융 분석가인 라파엘 스와퍼씨는『70년대에 위험이 없다고 빌려준 단기자금이 결국80년대 외채 위기로 이어졌다』고 경고한다.
반면 워싱턴 국제금융연구원의 남미 실장인 마이클 아트킨씨는 남미의 사적영역 확대와 경제개방등을 들어『역사는 반복되지 않을것』이라고 낙관한다.
대외경제정책 연구원의 김원호(金元鎬)박사는『국가 채무가 많았던 80년대초와 달리 지금은 경제성장에 따른 민간기업의 차입이많아 외채가 많다고 해서 바로 국가재정 위기로 연결되지는 않을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한국을 포함한 개도국들도 다소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남미국가에 돈을 빌려주고 있다고 쌍용투자증권의 박원훈(朴元勳)이사는 밝히고 있어 남미의 외채증가는 우리의 관심사로도 되고 있다. 〈李商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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