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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부실시공 형사책임의 한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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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울시는 성수대교의 붕괴원인이 서울시의 사후관리부실과 시공사의 공사부실이 복합된 사고라고 공식 발표했다.성수대교 붕괴원인은 철 구조물의 용접불량에 있고,용접불량은 시공사 그룹총수의 공사 강행지시 때문에 시정되지 않았다는 검찰수사의 잠정결론 보다 좀더 세밀한 원인분석인 것 같다.그러나 사고원인은 시간이 걸려도 정확하게 규명해내야 그같은 전철(前轍)을 다시 밟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서울시나 검찰의 결론은 계속 검증돼야 할 것이다. 검찰 조사는 상판 트러스의 철제 빔을 이어붙이는 용접이부실했고,용접방식도 틀렸다고 지적하고 있다.그 결과 다리가 하중(荷重)을 견디지 못한 것이 붕괴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밝히고있다.그러나 이런 결론은 좀더 기술적인 고증(考證) 을 거쳐야할 것 같다.만약 검찰의 조사가 사실이라면 이 다리는 15년을견딜 수 없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결과가 관심을 끄는 또 하나의 이유는 부실 시공의 원인을시공사 총수에게 직접 물을 수 있느냐의 여부다.검찰은 시공사 그룹총수가 부실용접을 보고받고도 그대로 공사강행을 지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그 지시를 내린 근거로 공사지연을 이유로 현장 책임자를 교체한 사실을 들고 있다.그러나 그룹 총수가 용접방식의 세세한 내용까지 보고받는 것이 대기업 경영의 관행일지 의심스럽다.또 공사기간 단축은 그 잘잘못을 떠나 예나 지금이나 공공 공사비 절약의 유효한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다는 점에서 별안간 책임을 물을 일은 아니다.이처럼 단순화된 사고원인을 배경으로 그에게 형사책임까지 물으려 한다면 그것은 무리다.
성수대교 붕괴원인 조사는 감정이 아닌 이성(理性)이 앞서야 한다.국민의 분노는 이해할 수 있어도 잘못된 책임전가가 붕괴의진정한 원인을 흐리게 하면 안된다.기업총수에게 무한책임을 물을경우 앞으로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선뜻 나설 기 업이 있겠는가.
외국 건설사들과 무한경쟁을 벌여야할 마당에 우리의 건설기술과 풍토를 지나치게 비하하는 일도 피해야 한다.책임추궁은 법에 정한 바에 따라 공정한 결론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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