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발전 토론회 후끈-방송 희극인 실무 워크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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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영국의 보건장관이 의회에서 국민보건문제에 대한 대정부 질문에답변하고 있었다.해박한 지식과 달변을 자랑하던 장관의 대답이 청산유수처럼 막힘이 없자 한 의원이 야유를 하고 나섰다.『당신,수의사 출신이 사람의 질병 문제를 얼마나 안다 고 그렇게 떠드는거야.그만 내려오라고.』 그러자 장관의 대답.『말씀대로 저는 수의사입니다.의원님도 어디 아픈 곳이 있으면 언제든지 찾아주십시오.』 3일 오전9시.서울서초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연예.오락프로그램 현실진단 및 바람직한 방향 모색을 위한 대토론회」(한국방송개발원 주최)에서 사회를 맡은 코미디 전문가 김경태씨는 이같은 유머로 국내 코미디가 지향해야할 바를 제시했 다. 2일부터 1박2일동안 계속된 방송희극인 실무 워크숍의 피날레였던 이 토론회에는 방송3사의 코미디 연출자.작가 그리고 김미화.조정현.이하원.조혜련.오재미.이경애.표영호등 코미디언 30여명이 참석했다.
최근 코미디프로의 시청률 하락 추세와 잇단 폐지에 따른 위기감 때문인지 이날 분위기는 진지하다 못해 자못 엄숙하기까지 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방송사간 과영경쟁으로 인한 코미디 프로그램의 동일시간대 집중,새로운 포맷의 개발보다는 특정 연예인의인기에 편승하는 안이한 제작태도,코미디연기자의 재충전 기회부족,PD-작가-연기자의 수직적 관계등을 문제점으로 들 었다.
MBC코미디언실의 조정현은 최근 MBC가 『웃으면 복이와요』를 폐지한 것과 관련,『방송사측이 코미디 수준을 높이기 위한 투자와 대안없이 시청률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정통코미디프로를 없앤 것은 코미디 질향상을 포기한 처사며 입맛에 맞 는 신인들만을 기용함으로써 코미디언의 조로화 현상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SBS코미디언 김미화는 『PD와 작가.코미디언 3자가 아이디어회의에 참석해 새로운 콩트를 개발하기위해 노력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의 코미디물이 탤런트.가수등의 인기를 등에 업은 「스타쇼」형식으로 지나치게 쉽게 가려는 경향이 있 다』고 지적했다. 코미디언 이하원은 『방송생활 10년만에 한자리에 모여 우리의 문제를 돌이켜볼 기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인기와 돈에 쫓겨 재충전할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은 연기자의책임이지만 칼자루를 쥔 방송사측에서도 연기자들이 공부 하는 시간을 기다려줄줄 아는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토론에참석한 코미디구성작가 강제상씨는 『각방송사의 코미디 프로그램이모두 청소년들의 주시청시간대인 오후7시 전후에 집중돼있어 성인취향의 수준높은 코미디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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