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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조 유세전' 소리 없이 뜨거운 전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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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아유, 안녕하세요. 고생 많으시죠."

"이렇게 만나서…. 잘 계시죠."

27일 오후 7시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제23회 근육병 환우를 위한 자선의 밤' 행사.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부인 김윤옥씨와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부인 한인옥씨가 이곳에서 만나게 되자 서로 인사말을 나눴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부인 민혜경씨도 다소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 행사를 지켜봤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근래 처음이라고 한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을 맞아 대선 후보 부인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마이크를 잡고 발언하거나 아침방송에 출연하는 등 공개 행보가 잦아졌다. 사찰.중소도시 등 후보들이 챙기기 어렵거나 곤란한 곳을 대신 방문하는 비공개 일정은 더욱 빡빡하다.

하지만 이들의 행보는 조심스럽고 은밀하다. 지나치게 적극적일 경우 구설을 듣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소리없는 전쟁'이다.

김윤옥씨는 28일 오전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아줌마'형 말솜씨를 보였다. "부부싸움한 뒤 집을 나갔을 때 (이명박 후보가)잡을 줄 알았는데 안 잡더라"거나 "남편에게 잘 보이고 싶을 때는 최상의 남편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을 보낸다"고 말했다. 그런 뒤 곧장 배식 봉사활동을 했고, 인천 부평시장 등 재래시장 세 곳을 돌았다. "이명박 후보 안사람입니다. 잘 부탁합니다"란 인사말을 건넸다.

한인옥씨는 요즘 사찰행이 잦다. 1997년과 2002년에도 그는 불교계를 챙겼다.

그때 인연을 되짚어가는 셈이다. 27일 서울 화계사에서 열린 숭산 스님 3주기 다례제에 대선 후보 부인 중 유일하게 참석했다.

28일엔 경남 남해의 보리암, 전남 구례 화엄사, 순천 선암사를 돌았다. 29일에도 이회창 후보의 선영이 있는 예산의 수덕사를 찾을 예정이다. 이 후보의 측근들은 "스님들이 '정직한 사람이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는 법어를 많이 해준다"고 전했다.

민혜경씨는 정 후보의 '가족 행복' 메시지를 전파하는 전도사 역할을 한다. 최근 유세차에 올라 "정동영 후보가 원하는 세상은 국민이 행복한 가족이 되는 것이다. 힘을 합쳐 승리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27일 KBS 아침 생방송 도중엔 눈물을 보였다. 사회자가 "후보에게 응원 메시지 한말씀 해달라"고 주문한 뒤다. 민씨는 이후 "음악이 깔려서 순간 감정이 복받친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의 부인 박수애씨는 요즘 문 후보와 함께 모습을 나타내는 경우가 잦다. "남편을 여러분(국민)에게 양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가 '옆지기'라고 부르는 부인 강지연씨는 여성 직능단체나 여성 노동자들을 챙긴다.

이인제 민주당 후보의 부인 김은숙씨는 최근 연설원으로 공식 등록했다.

고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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