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지난달 3일 남북 정상회담장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17대 대선을 20일 앞두고 김 부장이 서울을 급히 방문하는 이유는 뭘까.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28일 "김 부장은 남북정상선언 이행 문제를 논의하고 경제 시설을 시찰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서울에 도착한 직후 초청자인 김만복 국가정보원장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을 각각 만나 회담할 계획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김 부장이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하는 방안을 놓고 일정을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그러나 "김정일 위원장의 특사 자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노동당 통전부장의 한국 방문은 2000년 김용순 부장(대남담당 겸임.2003년 사망)에 이어 두 번째다. 5명으로 구성된 김 부장 일행은 29일 오전 육로를 통해 도라산 출입사무소에 도착한다. 이들은 헬기를 이용해 수도권과 부산.거제도 등 지방 산업시설을 둘러볼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가 전했다.
하지만 김 부장의 방문이 대선 막판의 민감한 시기에 성사돼 정치권에선 다양한 관측과 분석이 나왔다. 경협 문제를 집중 논의한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최승철 통전부 부부장, 원동연 실장, 이현 참사 등 대남사업의 핵심 관계자들이 김 부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대선 이전에 북한의 명목상 국가원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서울 방문 문제를 논의하려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김양건 부장의 정치적 비중을 감안할 때 김정일 위원장의 동선과 관련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남북 정상의 개성공단 동시 방문 같은 깜짝 이벤트를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김 부장이 공식 특사는 아니지만 김 위원장의 친서 또는 구두 메시지를 갖고 올 것으로 보인다"며 "3자 또는 4자 종전선언과 관련한 구체적 논의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엇갈렸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측 최재천 대변인은 "남북 관계의 진전을 위해 환영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은 "만남 자체나 시기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안보 문제나 서해 북방한계선(NLL) 문제에 대해 섣부른 양보를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예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