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체전 참가차 귀국 안기홍 LA 韓人 自警단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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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살아남기 위해 총을 잡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29일 태릉사격장에서 만난 안기홍(安起弘.47.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씨는『92년4월의 LA흑인폭동을 생각하면 지금도치가 떨린다』고 말했다.
12년째 재미(在美)대한사격연맹 부회장을 맡아온 安씨는 이번체전에 재미교포 사격팀의 선수 겸 감독으로 지난 21일 귀국,경기에 출전(남자개인 트랩부문 7위)하랴 선수단을 돌보랴 바쁘게 지내고 있다.
安씨는 91년초 한인자경단(KWT)을 직접 만들어 지금껏 LA교민들의 안전을 위한「준(準)무장활동」을 전개해온 것으로 유명하다.흑인폭동 때는 흑인폭도들에 맞서 총격전을 벌이며 질서유지에 앞장서는 KWT의 활약상이 미국과 국내언론에 소개되기도 했었다. 『4월폭동 이전에도 한인들이 흑인과 히스패닉의 공격대상이 되곤 했지요.더이상 당할 수 없어 뜻있는 사람들을 모아 KWT를 결성했어요.미국으로 유학(69년)가기 전 사격선수로 활약했던 경험을 살린거죠.』 현재 단원은 여자 15명을 포함,70여명.매일 35명씩 교대하며 오후7시부터 다음날 오전2시까지 한인타운을 돌며 자경활동을 벌인다.무전기.방탄조끼.가스총.
수갑등 일체의 장비와 활동비는 단원 스스로 충당한다.1주일에 3~4차례 모여 서 실시하는 사격훈련이 스포츠 겸 생존수단.
KWT는 결성초기「의심스런 조직」으로 오해받기도 했지만 폭동당시의 활약덕분에 톰 브래들리 LA시장으로부터 감사패를 받았는가 하면 이후 금요일마다 경찰과 합동으로 강력범 단속작전을 벌이는등 공조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이번 귀국 직전 에도 30여분에 걸친 합동작전으로 한인차량 전문털이범(히스패닉)을 검거했다. 72년부터 빠짐없이 체전에 출전해온데다 후배 사수(射手)들이 미국이나 인근국가에서 개최되는 대회에 출전하면 만사를 제쳐놓고 이들을 돌보는 安씨는 메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 총을 잡아야 하는 현실을 다시금 개탄하면서도『교 민들 역시 돈버는 데만 급급,지역봉사를 소홀히 하면 또다시 화풀이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鄭泰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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