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 가장 경계하는 선수를 말해 달라”는 기자들 질문이 나오자 황현주 흥국생명 감독과 박삼룡 KT&G 감독은 “GS칼텍스 배유나”라고 입을 모았다.
기라성 같은 선배를 제치고 가장 위협적인 선수로 지목된 신인 배유나(사진)를 볼 때마다 박삼룡 KT&G 감독은 속이 두 배로 쓰리다.
KT&G는 지난 시즌 여자부 꼴찌다. 따라서 관례대로 라면 지난달 19일 드래프트에서 최하위 팀 KT&G가 제1지명권을 행사해 배유나를 뽑게 돼 있다.
그러나 구슬로 드래프트 순서를 정하는 추첨에서 KT&G는 2순위를 받았다. 사상 처음으로 2순위를 뽑은 최하위팀이 된 것이다.
박 감독은 이때 한 번 속이 쓰렸다.
사실 KT&G는 배유나 영입을 기정 사실화하고 올 초 그에게 약간의 ‘투자’ 를 했다. 긴 속눈썹이 눈을 찔러 경기에 지장이 있는 것을 알고 눈썹 수술을 해줬다. “어차피 우리 팀으로 올 테고 드래프트 뒤에는 늦으니까 미리 손쓰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드래프트에서 배유나를 놓쳤고, ‘드래프트 전 선수 접촉 금지’ 규정에 걸릴까봐 치료비를 돌려달라는 말도 못했다. 속이 두 배나 쓰렸던 이유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배유나가 KT&G로 갔다면 문제가 됐을 텐데 다른 팀으로 가는 바람에 사전접촉이 아니다”고 해석했다. 사전접촉의 경우 선수선발권 제한, 1억~3억원의 징계금 부과가 따른다. 그렇다면 배유나를 놓친 게 불행 중 다행일까.
장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