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과학기술 개발에는 왕도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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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우리가 세계적으로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기술중 하나가 반도체 메모리 제조기술이다.최근 삼성전자가 차세대 첨단반도체인 256메가D램을 개발한데 이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도 이온빔을 이용한 단결정 구리박막 제조기술을 개발해 최첨단 반도체양산에 필수적인 기반기술의 한 분야를 확보함으로써 반도체 메모리 분야에서의 세계시장 석권이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쾌거는 지난 십여년에 걸친 정부.연구소.기업이 모두 하나로 힘을 합쳐 기반기술의 확보와 첨단기술의 축적을 도모해 이루어낸 것으로 1메가D램에서 시작해 4,8,16,32,64메가D램에 이어 256메가D램 개발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이와같이 첨단기술의 확보는 꾸준한 연구개발과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이루어질 수 있으며 256메가D램의 개발은 우리도 열심히 노력하면 세계수위를 달리는 과학기술국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오늘 날 선진국은 우리가 필요로하는 첨단과학기술을 주지도 않을 뿐 아니라 특허.지적재산권등으로 기술블록화를 강화하면서 기술패권을 통한 국제질서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첨단기술에 대해서는 설령 선진국에서 기술을 준다 해도 기술을 받을 수 있는 기반형성 없이는 소화가 불가능하며 또 엄청난 기술료를 부담해야 한다.일례로 국내 한 전자회사의 92년 순수익이 7백24억원인데 반해 기술료 지불액은 약3천억원으로 나타나 첨단기술을 자체 개발해도 기본기술이 없이는 막대한 기술료 를 지불해야만 하는게 오늘의 실정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첨단과학 기술은 성공의 위험성이 높고 투자규모가 크고 소요기간도 장기간 소요되므로 우리같은 후발국가는처음부터 개발할 필요가 없고 일본이나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 개발하도록 지켜보다가 그들이 개발한 것을 형태나 기능을 약간 바꾸어 그들보다 좋은 상품으로 만들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기존의 상품을 약간 변형시켜 국제시장에 내놓는 것은 경쟁력을 잠시높일 수는 있을지 모르나 장기적 안목에서 보면 경쟁력 저하는 물론 기술 축적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또한 그사람은 최근 과학기술개발을 고스톱놀이에 비유하면서 국책연구소들이 모두 2등짜리 연구만 한다고 지적하고 있는데,그러나 필요하면 2등짜리에서 시작하더라도 1등이 될 수 있는 연구를 해야 진보된 과학기술 발전을 계속 기대 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날 세계적인 연구개발의 흐름은 기초.원천기술화,대형.복합기술화,미래첨단기술화하고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장차 국가간 기술이전을 힘들게 할 뿐만 아니라 이제는 자국내 기반기술확보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는 가운데 파급효과가 크고 부가 가치가 높은기술을 개발하려는 경향으로 파악할 수 있다.첨단핵심과학기술에 대한 연구개발투자는 외국과 기술의 교차사용에 의한 기술교류 촉진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것이다.자체기술개발없이 외국으로부터 첨단기술을 도입해 쓰고,또 하이터치에 의해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달콤한 꿈에서 이제는 벗어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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