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워 2시간 빨라졌다-경찰청 교통량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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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성수대교 붕괴참사이후 다리를 건너는 자가용운전자.시민들 사이에서 웃지못할 신풍속이 생겨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모습은 다리를 건너기에 앞서 운전자들이 일단 안전벨트를 느슨하게 풀고 운전석 창문을 3분의 1쯤 열어놓은채차를 모는 것이다.
안전벨트를 꽉 매고 창문도 닫혀있으면 다리가 무너져 강물로 추락할 경우 그대로 익사할 가 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비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안전벨트를 다 풀어놓으면 앞뒤 차와의 접촉사고때 부상할 염려가 있고 창문도 완전히 열어놓으면 추락할때 밖으로 퉁겨나갈 위험이 있어 벨트도 창문도 적당히만 열고 푼다는 얘기다.
28일 오전7~8시 서울 동호대교에서 도심방향 2개 차선을 통과한 2천여대 차량을 관측한 결과 이른아침 쌀쌀한 날씨인데도창문을 반쯤 열고 달리는 운전자가 3백여대였다.
동호대교 교통검문소 심상묵(沈相默.39)경장은『동호대교는 그나마 안전한 교량으로 판정됐는데도 창문을 열고 안전벨트를 푼채진입하는 차량들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다리통과 속도는 운전자의 성격에 따라 두가지로 확연히 나뉘고있다. 러시아워 시간에야 차가 밀려 어쩔수 없지만 특히 밤시간대 차량들이 뜸할 때는『위험하니 빨리 건너는게 상책』이라는「스피드파」와 앞차와의 충분한 간격과 브레이크 밟을 준비를 하면서건너는「소심파」가 뚜렷이 구분된다는게 초소경찰관들의 말이다.
마포대교초소 崔진욱(23)의경은 또『팔짱을 끼고 다리를 건너는 연인들과 자전거로 통학하는 학생등이 하루평균 60~70명 정도됐지만 성수대교 붕괴이후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운전자들은 불안에 떨고 연인들이 사라진 한강다리,21세기를 코앞에 둔 新한국의 새풍속도다.
〈金東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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