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서 억울한 죽음 姜相寶씨 보상 감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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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지난 14일 홍콩에서 인질극에 휘말려 사망한 ㈜한국전자계산 과장 강상보(姜相寶.31)씨는 위험을 무릅쓰고 범인의 양팔을 붙잡아 제압,다른 인질들을 달아나게 한 상태에서 홍콩경찰의 상황오판에 따른 무차별 총격으로 숨진 것으로 현장상 황이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홍콩경찰은 이같은 사실이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확인되는데도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수사결과발표를 계속 늦추고 있으며 우리 정부도 소극적인 대응자세여서 비판여론과 함께외교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지언론인 사우스차이나 모닝 포스트.홍콩스탠더드의 보도에 따르면 인질로 잡혔던 택시운전사 호춘민(40)씨는 『뒷자리의 범인옆에 탄 한국인이 총을 든 범인의 손을 잡는 사이 그 옆에 앉았던 여자승객이 도망쳐 나왔고 나도 차에서 뛰쳐 나왔다.이같은 사실을 말하려 했으나 경찰이 무조건 손들고 엎드리라고 한뒤곧바로 택시에 총격을 가했다』고 증언했다는 것이다.
소아마비였던 姜씨는 20여년간 목발을 짚고다녀 유난히 팔힘이강했고 범인에게 끌려다니다 틈을 노려 범인의 팔을 잡고 제압한상태에서 홍콩경찰이 1m쯤 떨어진 거리에서 쏜 총탄에 희생됐다는게 현지언론의 보도다.
한국전자계산 李상현이사는 『홍콩에서 녹화테이프를 확인한 결과姜과장은 범인과 나란히 두손이 뒤로 꺾인채 땅바닥에 엎드려 있었다』며 『2차검시에서 姜과장의 팔목에 수갑자국이 있는 사실이확인된 점으로 미뤄 경찰이 姜과장을 범인으로 오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홍콩경찰은 자신들의 오인사격으로 姜씨가 사망한 사실이 명백한데도 사건발생 2주가 지나도록 사건경위에 대한 공식발표를 계속미루고 있으며 姜씨에 대한 보상협상 역시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姜씨 사건은 경찰과 보상협의가 제대로 안돼 재판으로 갈경우 홍콩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97년 이후에나 최종 결과가 나오며 시간당 30만원이 넘는 엄청난 변호사 비용때문에 결국 실질적인 보상을 받지못할 가능성이 크고 홍콩경찰이 이같 은 점을악용,계속 진상발표를 늦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남홍우 홍콩총영사는 26일 본사와의 통화에서 『수사결과를 공개하라고 여러차례 요구했으나 홍콩경찰은 「기다려라」고만 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지켜보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현지교포들은 『자국 국민을 구하다 살신성인한姜씨를 이런식으로 대우하는 홍콩정부에 분노를 느끼지만 미온적인태도로 일관하는 우리정부 태도도 이해할수 없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홍콩.서울=劉尙哲특파원.金玄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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