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업자' 전락한 가방 기술 1인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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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오모(47)씨는 국내 가방 제조업계에서 최고 기술자로 손꼽힌다. 가방을 만든 경력만 20년이 넘는다. 2001년 5월엔 자기 브랜드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가 만든 가방은 최고의 품질을 갖췄지만 시장에선 대접받지 못했다. 값비싼 수입 명품에 가로막힌 탓이다. 결국 2005년 10월 오씨의 업체는 부도를 맞았다.

오씨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사업에 실패했다고 보고 짝퉁(가짜 명품) 제조로 방향을 틀었다. 다른 짝퉁업자들이 명품 사진을 보고 베끼는 데 비해 그는 샤넬.루이뷔통 같은 명품을 직접 사다 일일이 뜯어본 뒤 똑같이 만들었다. 박음질 기법까지 분석했다고 한다. 명품 업체 감시원조차 정품과 오씨의 짝퉁을 구별해내지 못할 정도였다.

그는 5월부터 최근까지 명품 브랜드를 단 가방.지갑 9000여 개를 만들었다. 정품이라면 시가 110억원이 넘는 양이었다. 주요 명품 회사들은 그를 블랙리스트 1순위에 올렸다. 그는 친형(51)과 여동생(42)을 각각 재단방과 공장 책임자로 고용해 경찰의 단속을 피해 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6일 오씨를 상표법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오씨의 친형.여동생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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