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업종전문화 21C경영환경 대비-삼성 구조조정의 뜻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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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삼성그룹의 이번 사업및 경영구조 조정 개혁내용은 소유및 경제력 집중문제의 해소와 업종전문화 의지를 기본방향으로 삼고 있는것으로 해석된다.
또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해온 新경영의 구체적인 모습을 담고 있다. 이는 불과 몇해 앞으로 다가온 21세기 경영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보다 새로운 전략의 필요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수 있다. 획기적인 변신을 하지 않고서는 경제국경이 없어지는 개방시대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있는 셈이다. 그룹의 주력분야를 명확히 정리해 경영자원을 집중함으로써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키워나가겠다는 중장기포석이나,50개 계열사 가운데 무려 26개를 정리.폐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려한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이같은 구조개혁의 획기성으로 볼때 국내 다른 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이 이같은 구조개혁을 추진할수 있게된 배경으로는 지난해초이건희(李健熙)회장이 신년사를 통해 밝힌「제2창업 제2기」선언에 이어 지난해 6월 프랑크푸르트 선언이후 본격 추진되기 시작한 新경영의 성과를 꼽을 수 있다.
7.4조기출.퇴근제도의 정착으로 임직원의 의식개혁과 자질향상이 이뤄지고▲품질경영을 통한 고객新권리 선언▲기술경영과 생산성향상을 통한 2백56메가D램등의 개발▲공산품가격 인하등 가시적인 성과가 잇따라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것이다.
李회장도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지난 5년이 수련과 준비의 기간이었다면 제2창업 제2기인 지금부터 5년간은 우리의 비전이 하나씩 결실을 거두어 나가는 실천과 성과의 시기가 돼야 한다』며 이같은 개혁작업을 예고했었다.
삼성이 이날 발표한 내용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小그룹제 도입과 역할분담을 통한 이의 운용방안.
국내에 처음 도입되는 小그룹 회장제는 종전의 회장을 정점으로한 수직적 구조와 달리 계열별 중핵(中核)그룹을 축으로 위성형태의 네트워크를 이루는 수평형 구조로 되어있다.
우선 그룹은 小그룹 회장들로 구성되는 그룹운영위를 통해▲사업구조전략▲사회사업등 공익활동▲국제화등 그룹의 전체적인 진로와 방침을 결정하게 된다.
또 小그룹은▲해당업종의 장기비전과 전략▲사별 전략및 사업조정▲전략 감사기능등「전략통합형 경영」을 담당하며 단위 계열사는 이를 실천하고 책임을 지는「집행형 경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에 대해『기업의 대형화에 따른 능률저하를 극복하고 실질적인 자율경영의 폭을 넓힘으로써 업종별 小그룹 회장 책임아래 업종 특성에 맞는 경영체제와 평가시스템을 구축,경영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 했다.
특히 4개 小그룹 가운데 제조업이 3개 분야나 포함된 것을 보면 제조업은 중화학공업 위주로 가닥을 잡아나가겠다는 경영비전이 엿보인다.
소비재.경공업 관련 제조업의 분리를 통해 업종구조의 고도화도이루겠다는 복안이다.
그동안 논란의 대상이 됐던 소유및 경제력집중 문제도 계열분리와 합병을 통해 해소하는 한편 비공개기업의 공개도 촉진시켜 나갈 뜻임이 분명하다.
이를 위해 李회장이 경영이념으로 강조해온「자율경영」이 무엇보다 필요한 만큼 小그룹별 또는 계열사별 책임경영구도를 확실히 하고 그룹비서실의 관여를 최소한으로 줄여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사업구조 조정의 원칙으로는▲중핵 사업군의 명확화를 통한 미래 성장산업에의 자원집중▲1업종1사 원칙으로 효율을 극대화해 동일업종내 수직.수평적 통합 완성▲메커트로닉스화.시스템화등 이(異)업종 융합을 통한 산업발전추이 대응및 기회선점▲지난해 6월 발표한 사업구조조정 계획의 계속 추진등이 제시됐다.
이날 발표된 그룹 해외사업단 조직및 국내 지역장 배치 계획도삼성의 앞으로의 국내외 전략과 관련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선 해외사업단 조직문제는 세계시장이 블록화되며 지역별 발전.성장추이가 다른 점을 감안해 해외시장 진출전략 역시 차별화가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수 있다.
세계시장 특성에 맞는 대응조직이 필요한 만큼 해외사업단을 통해 5개 지역본사를 종합관리하고 멕시코 티후아나와 영국 윈야드등 이미 가시화된 해외 복합생산단지 건립계획도 구체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또 환율이 달러당 7백원대로 될 시점을 대비해 3D업종과 채산성이 없는 업종의 해외이전등 산업재배치를 하고 해외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확대할 방침이다.
국내의 경우 지방자치제 개막에 따라 전국을▲서울.경기▲강원▲대전.충청▲광주.호남▲부산.경남▲대구.경북등 6개 지역으로 나눠 구역별로 그룹을 대표하는 지역장을 배치한다는 방침이다.
또 사업장 재배치및 지역별 특화 전략에 따라 지역별 특화산업을 육성하고 연관산업을 한곳에 모아 5만~10만평 규모의 공장지대를 만들어 지방재정 자립도에도 기여한다는 것이다.
또 사회사업도 경영활동의 일부로 평가하겠다는 방침 역시 李회장이 지난해 제2창업 5주년을 맞아 지적한『삼성은 특정인의 소유가 아닌 국민의 기업』이라는 지적과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삼성 각 계열사는 물론 다른 기업에도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칠것으로 예상된다.
〈柳奎夏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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