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TV劇 삶의 의미 주제로 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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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가을을 관조(觀照)의 계절이라 했던가.
도전적인 신세대들의 젊음과 열정적 사랑을 주요 테마로 다루던TV드라마들이 가을철 찬바람과 함께 인생의 주변과 삶의 의미를차분히 되새겨볼 수 있는 내용들로 소리없이 자리옮김을 하고 있다. MBC『사랑을 그대 품안에』,KBS『느낌』,SBS『영웅일기』등이 빠른 극전개와 감각적 영상으로 정열 가득한 여름철에 맞는 드라마였다면 가을개편을 맞아 각방송사들이 새롭게 선보이고있는 드라마들은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노인 소외문제등 을 짚어봄으로써 사회구성원간의 지혜로운 조화를 모색하고있다.
그러다보니 차인표.손지창.심은하등 신세대 스타들이 주요 배역을 독식해오던 것과는 달리 중견 연기자들이 주요 포스트에 대거포진하고 있는 것도 이들 드라마의 또하나의 특징이다.
먼저 MBC주말연속극『여울목』은 여유없이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사회 속에서 한번쯤 쉬었다가 자신과 주변을 되돌아볼 수 있는「시골 간이역」같은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개가한 60대후반 노인인 주인공 역시 중견탤런트 김용림이 맡아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고 둘째 며느리(선우은숙扮)와 함께 살며 전처소생의 장남내외(조경환.김창숙扮)와의 갈등과 노년의 외로움을 연기하고 있다.
KBS 4부작『인간극장-황혼의 그림자』(황은진 연출.윤혁민 극본.29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9시40분 방송)역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역사와 운명의 수레바퀴에 깔려 만신창이가 되었으면서도 인간다움을 잃지않고 사랑을 실천하는 노 부부의 부부애와 이웃사랑을 보여준다.
이상락 원작의 소설 『3백2명의 아내를 가진 남자』를 독립제작사인 ㈜인풍비전이 제작한 이 드라마는 물질적 제약을 극복하는정신적 가치에 시대를 뛰어넘는 진정한 아름다움이 있다는 사실을제시하고 있다.주인공인 박노인부부역에 신구와 정영숙,그들과 원수지간인 허노인역에 박인환,극중 화자역에 강태기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중견 탤런트및 연극배우들이 출연,중후한 연기의 앙상블을 이뤄낸다.
〈李勳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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