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칼럼>조행칠십고래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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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말이 있다.인간이 일흔이 넘도록 산다는 것은 옛날부터 그리 흔치 않다는 말이다.
낚시를 다니면서 나는 늘 「조행칠십고래희(釣行七十古來稀)」라는 생각을 한다.70㎝가 넘는 물고기를 낚기란 예나 지금이나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개 30㎝ 전후의 고기를 낚고 있다.붕어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은 30㎝만 넘으면 월척을 낚았다고 해 국회의원들이 금배지를 낚는 것보다 더 좋아한다.
붕어나라에는 30㎝가 넘는 녀석들이 별로 없다.그렇기 때문에평생 낚싯대를 메고 붕어 낚시를 다니지만 월척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마치 골프채를 들고 필드에 나가지만 대다수 골프인들이 평생 홀인원 한번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런 세상에 살면서 70㎝가 넘는 고기를 낚으려고 조행길에 나선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고 밤잠을 설칠 일이다.
70㎝가 넘는 고기를 낚으려면 낚시인들이 흔히 과장된 표현으로 얘기하는 「빨랫줄 같은 낚싯줄에 갈고리만한 바늘을 맨 쇠토막보다 더 견고한 낚싯대」가 필요할 지 모른다.그렇지 않고는 70㎝가 넘는 고기의 입질을 받았을 때 줄이 터지 고 바늘이 뻗고 낚싯대가 부러져 낚은 고기의 얼굴도 구경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가을이 되어 잉어를 노리며 강낚시나 호수낚시를 하는 낚시인들은 가끔 조행칠십고래희의 세계를 접하게 된다.일본풍의 낚시와 한국풍의 낚시가 절묘하게 결합된 방울 낚시라는 방식을 이용하거나 서양풍.일본풍,그리고 한국풍이 결합된 릴낚시로 멍짜잉어를 낚는다.바다낚시인들에게도 70㎝ 전후의 고기를 낚을 절호의 기회가 왔다.혹시 마라해협이라는 말을 들어본 일이 있는가.우리나라의 최남단에 있는 마라도와 가파도 사이에 흐르는 악명높은 격류지대를 일컫는 말이다.
그 험한 마라해협을 지금은 쉽게 통과할 수 있고 그 곳에 가면 지금 한창 방어들이 떼거리로 회유하고 있다.마라도 연근해에서 낚이는 방어는 주로 60㎝ 전후의 것들이므로 70㎝가 넘는방어도 흔히 낚인다.때로는 잿방어 또는 저립이라 고 부르는 2m가 넘는 대형어가 낚이기도 한다.
프로페셔널한 방어 낚시인이라면 테크미론사 낚싯줄 5호 정도면자리돔을 미끼로 한바탕 방어와 맞대결 할 수 있다.그리고 잿방어를 전문적으로 노리는 낚시인들은 100호줄을 사용한다.100호줄이라면 보통 낚시인들은 평생에 한번도 사용해 보지 못할 엄청난 인장력을 가진 줄이다.이 정도는 가져야 안심하고 잿방어 낚시를 할 수 있다.
〈낚시전문가회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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