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과의 정책化.행동化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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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통령의 사과를 듣는 심정은 착잡하다.초췌한 대통령의 얼굴을보면 그동안 얼마나 고심(苦心)이 컸을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그러나 성수대교 붕괴는 대통령의 사과만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사과로 곧 민심이 수습되거나 정부가 면책(免責)된다고 보아서는 안된다.사과에 담긴 반성과 다짐.약속이 정책으로 나타나고,관료집단에 내면화(內面化)되고 행동으로 실천돼야 사태는 수습될 수 있다.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30여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내실을 소홀히했기 때문에 일어난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보았다.옳은 말이다.그러나 30여년의 그 문제점에 대항해 투쟁하고 비판해온 것이대통령을 위시한 현재의 집권세력이고,그런 문제점 을 해소하겠다고 공약해 집권한 것이 현정부다.집권후 신한국창조를 부르짖고 개혁을 추진한 것도 다 그런 까닭이다.그러나 성수대교 붕괴나 최근의 잇따른 대형 사건들을 보면 지난 1년8개월이 허망하다는느낌도 든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대통령이 『국정전반에 대한 겸허한 반성(反省)을 통해 보다 실질적이며 구체적 개혁정책으로 국민기대에 적극 부응하겠다』고 말한 것을 환영하며 이런 약속의 구체적 실천을 주시코자 한다.
아닌게 아니라 그동안 국정운영의 문제점은 잇따른 대형 사건들로 국민 누구나 절감하게 됐다.대통령이 직접 지시해도 허위보고를 하고,그것이 허위보고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참모도,제도적 장치도 없다는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근대국가의 정부 라고 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우리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대통령이 사과담화에서 밝힌 것과같은 교훈을 얻었다.이 교훈은 대통령 자신은 물론,전체 정부와공직자들이 실천해야 한다.그리하여 대통령이 다짐한대로 우리안의모든 위험을 점검하고,「빨리빨리」와 「적당히 그냥」을 청산하며,「삶의 질」과 「생명의 안전」에 눈을 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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