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전원마을 ‘용도 다르고 튀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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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 이안면 문창리 녹동 귀농마을은 기존 마을을 개량하고 전원마을을 추가 조성하는 등 재개발 형식으로 조성된다(左). [경북도 제공], 봉화군 봉성면 외삼리에는 9홀의 골프장과 한방웰빙센터·보건진료소 등을 갖춘 대규모 전원마을 파인토피아가 조성된다. 사진은 조감도(右). [봉화군 제공]

골프장·영화감상실·한방센터·과수원….

 봉화군의 전원마을 ‘파인토피아’의 입주자 시설이다. 소나무 숲속에 조성될 파인토피아는 2006년 농림부 주최 전원마을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과 함께 상금 5000만원을 받았다. 전국 최고의 전원마을로 인정받은 것.

  농림부가 예산(20~29가구 10억원, 100가구 이상 30억원 등)을 지원하자 자치단체가 잇따라 전원마을 조성에 나서고 있다. 수요자 요구에 맞는 다양한 주거·편의시설을 제공하면 도시민·은퇴자가 유입되면서 지역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북도에 따르면 현재 지역 7곳에서 752가구의 전원마을이 조성 중이다.<표 참조> 이곳은 입주민 50% 이상을 도시민으로 채워야 한다.

◆골프장에 텃밭까지=전원마을은 대부분 뛰어난 자연환경을 갖춘 곳에 조성된다. 또 호화스런 시설을 갖추거나 단순히 넓은 대지에 텃밭 정도를 제공하는 단지 등 여러 유형으로 조성된다. 파인토피아는 여유있는 사람이 노후를 즐기기에 적당하다. 목욕탕·수영장·헬스클럽·영화감상실·회의실을 갖춘 클럽하우스가 세워진다. 또 9홀의 골프장과 골프연습장(야외)·테니스장·배드민턴장 같은 체육시설, 한방웰빙센터·보건진료소 같은 건강시설이 마련된다. 입주자에게 사과나무가 있는 웰빙 팜(Farm)과 텃밭(33㎡)도 제공된다. 1·2층에 각각 4~6가구씩 입주하는 타운하우스형과 연립형 등 주택 형태도 다양하다.

 은퇴자가 주로 입주할 성주 벽진마을은 입주자에게 영농단지와 소공원, 게이트볼장 같은 체육시설이 제공된다. 운주산 승마휴양림 입구의 영천 황강마을도 쉼터·산책로를 갖춘 공원이 조성된다.

 경주 산내 전원마을은 공공기관 주도형인 다른 곳과 달리 입주 예정자가 단지를 조성하는 입주자 주도형. 이 경우도 주택형태·단지조성 계획 등은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전원마을은 도시민에 인기다. 561가구인 파인토피아는 635명, 50가구인 성주 벽진마을은 60명이 예비 입주를 신청했다. 민간이 아닌 자치단체가 조성해 분양가가 싸고 부도 등 위험이 적을 것으로 판단한 때문으로 자치단체는 보고 있다.

 문제는 자치단체·정부 예산이 투입되기 때문에 분양이 이뤄지지 않으면 전원마을이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는 점. 봉화군 직원 윤여성씨는 “입주자를 최대한 확보하고 미분양에 대비해 주택지를 연차적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경북도 농촌개발과 이원호(42)씨는 “편의시설 정도에 따라 적게는 1억5000만원, 많게는 3억원이면 대지 200평에 30평의 전원주택을 소유할 수 있어 분양도 문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곳과 300m 떨어진 문창리에 2009년 착공, 2010년 완공 계획으로 은퇴자 전원마을(동녘마을, 30가구)을 꾸민다. 이곳엔 출향인 등 20여 명이 입주를 희망하고 있다. 녹동·동녘마을은 미래형 농촌마을을 조성하려는 농림부의 ‘농어촌복합공간개발 시범사업’으로 추진된다. 상주시의 홍헌식(47)씨는 “녹동·동녘마을에는 지역정보교류센터·초가 등을 함께 지어 소득 증대와 도시민 유입을 꾀한다”고 말했다.

 경북도도 내년부터 2017년까지 23개 시·군 200개 마을을 재개발하는 ‘농어촌마을 재개발사업(Dr프로젝트)’을 추진한다. 내년부터 10년 동안 연간 1000명의 도시민을 대상으로 전원생활 체험학교도 운영한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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