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그녀의 라이벌은 그녀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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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연아가 24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피겨 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 유연한 몸놀림으로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하고 있다. [모스크바 AFP=연합뉴스]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피겨 여자싱글 사상 최고 점수를 기록한 ‘피겨 요정’ 김연아(17·군포수리고·사진).

세계랭킹 1위 아사다 마오(일본)나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 안도 미키(일본)조차 ‘적수’라고 부르기에는 초라하다. 이제 김연아의 적수는 김연아 본인뿐이다. ‘김연아 독주시대’에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다.

김연아는 24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끝난 피겨 그랑프리 5차 대회(러시아컵)에서 총점 197.20점을 기록, 출전 선수 12명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3차 대회(차이나컵)에 이어 연속 1위. 김연아는 다음달 13~16일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 2년 연속 우승을 노린다.

◆피겨 역사 새로 썼다=23일 쇼트프로그램에서 시즌 최고 점수인 63.50점을 받은 김연아는 24일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아예 여자피겨의 역사를 새로 썼다. 133.70점은 올 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아사다가 받은 133.13점을 0.57점 경신한 역대 최고 점수다.

세계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 역대 최고 점수인 71.95점을 받았던 김연아는 이로써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양쪽 모두 최고 점수 보유자가 됐다.

 이 점수가 더욱 빛나는 이유는 이번 시즌부터 채점이 더욱 엄격해졌음에도 역대 최고 점수를 받았다는 점이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은 완벽하지 않은 기술에 대해서는 감점을 하겠다고 발표했고, 실제로 잘못된 에지(스케이트날)로 뛰는 점프나 자세가 완벽하지 않은 스핀에는 가차 없이 감점했다.

지난 시즌에는 대회마다 180점 이상이 두세 명씩 나왔으나 이번에는 5차 대회까지 김연아 혼자 190점대(197.20점)였고, 180점대도 없다.

 ◆두 번의 실수는 없다=김연아는 3차 대회를 통해 찾은 약점을 2주 만에 완벽하게 보완했다. 김연아는 당시 쇼트프로그램에서 트리플-트리플 점프(공중 연속 3회전)를 시도하다 두 번째 점프를 싱글로 끝내는 실수를 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도 트리플 러츠 점프를 시도하다 약간의 실수가 있었고, 스텝 연기의 난이도가 낮게 평가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3차 대회가 끝난 뒤 일시 귀국한 김연아는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함께 결점 보완에 매진했다. 노력은 5차 대회에서 최고의 연기로 결실을 맺었다.

 게다가 시니어로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은 김연아는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경기를 하는 대담함도 보여 줬다. 2위 나카노 유카리가 프리스케이팅에서 고난도인 트리플 악셀 점프(공중 3회전 반)를 성공시켰음에도 신경조차 쓰지 않고 제 경기를 했다.

올 초 세계선수권대회 때만 해도 아사다나 안도의 선전에 영향을 받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김연아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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