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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정부 발상의 전환을 사고예방 시스템 만들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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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①잇따른 대형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의 전문지식이 시스템적으로 동원돼야 한다.
②부실시공을 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우리도 감리시스템을 살려야한다. ③정부는 지금 시스템으로 해결할 일을 가지고 애꿎은 장관들만 갈아치우고 있다.
아시아나 참사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은「다시는 이런 사고가 나지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그러나 그 이후로도 대형사고는 잇따랐다.시스템은 고치지 않고 사람만 바꾸었기 때문이다.사고의 종류는 날이 갈수록 다양해진다.이를 예방하기 위해 서는 모든 분야의 전문지식이 시스템적으로 동원돼야 한다.모든 정부부처에는사고예방 전담부서가 편성돼 있지만 수도 적고,전문성도 없다.이들은 사고가 나면 자기 부처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변명하는 데 동원돼 왔다.
마치 인체가 조직간의 견제와 균형에 의해 건강을 유지하듯이 사고도 부처간의 견제와 균형에 의해 예방돼야 한다.그렇게 하려면 각 부처가 꿰차고있는 사고 예방부서들이 별도의 기구로 합쳐져야 한다.
이렇게 생성되는 사고예방 기구는 사회 에서 발생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사고에 대해 분석하고 통계를 유지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능력을 동원해 사고예방 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매년 사고 예상 지점을 분석해 예방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를 해당정부부처에 통고,예산에 반영하도록 해야 한다.예산의 사용 과정을 감독해서 사고가 예방될 수 있는지 감독해야 한다.
만일 이 예산을 사고예방 전담기구가 사용한다면 견제기능이 상실된다.지금 한국정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
사고예방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의식개혁의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1백% 다 시스템 개혁의 대상이다.의식은 시스템의 산물이다.
한동안 은행에는 질서가 없었다.
최근 어느날 은행에 대기 번호표 시스템이 등장하자 은행질서가갑자기 훌륭해졌다.그 간단한 시스템 하나 해놓으면 될 것을 가지고 우리는 애꿎은 국민의식만 탓해왔다.은행질서는 의식 탓이 아니라 시스템 탓이었던 것이다.
같은 한국 건설업체가 싱가포르에 가서는 훌륭한 시공을 하고 한국에서는 부실시공을 해왔다.이는 의식탓이 아니라 시스템 탓이다.싱가포르에는 훌륭한 감리 시스템이 있지만 한국에는 그것이 없기 때문이다.
부실시공을 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우리도 감리 시스템을 살려야한다. 한국에서는 건설업체가 감리회사를 겸하고 있다.이는 마치상장업체가 공인회계 회사를 겸하고 있는 것과도 같이 상식을 벗어난 일이다.
감리회사는 절대로 건설업체를 겸할 수 없어야 한다.
감리비는 건설업체로부터 받지 말고 건설부에서 받아야 한다.감리회사는 한국의 주요한 건설업체의 품질시공 시스템을 평시에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건설부가 교량공사를 입찰할 때 건설부는 건설회사로부터는 건설가격을,감리회사로부터는 감리가격을 접수해야 한다.
감리회사는 품질시공 시스템이 허술한 회사에 높은 감리비용을,시스템이 훌륭한 업체에 낮은 감리비용을 부과해야 한다.시스템이허술한 업체를 철저히 감리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감리인력을 배치해야 하기 때문에 감리비용이 비싸질 수밖에 없 다.
이렇게 하면 건설회사는 감리비를 줄이기 휘해 품질시공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게 되며 품질시공 실적을 쌓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입찰가격은 건설비와 감리비를 합한 가격이다.이렇게 하면 무조건 낮은 가격을 제시한 업체에 공사가 낙찰될 수 없다.우리는물건 만드는 것을 과학이라고 생각해 왔다.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과학은 운용의 과학이다.
우리는 가시적인 대상에는 투자해왔어도 운용을 과학화하는데는 조금의 예산도 쓰지 않았다.
선진국국민이 2백달러에 사쓰는 TV를 우리는 7백달러에 사썼다.세계무역기구시대가 오면 우리도 그 TV를 2백달러에 사써야한다.이 엄청난 격차는 손재주를 놀려서 해결되지 않는다.임금을동결해서 될 일도 아니다.자동화장비에 투자한다 고 될 일도 아니다.오직 발상의 전환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도요타 생산시스템은 자동화 장비로 상징되는 것이 아니라 운용과학의 상징인 것이다.
구체적인 시스템을 짜는 데는 엄청난 시스템 기술을 요한다.이는 시스템분석가의 소관이다.이러한 일에 시스템 분석가들을 동원하느냐 못하느냐는 전적으로 정부의 소관인 것이다.미국정부는 이러한 일에 싱크탱크를 이용해왔다.미국사회는 싱크탱 크에 의해 운용되지만 한국사회는 공무원의 이권동기에 의해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정부는 지금 시스템으로 해결할 일을 가지고 애꿎은 장관들만 갈아치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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