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 계약서’에 나온 49억원 실제 오갔는지가 관건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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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김경준(41·구속)씨 가족과 한나라당의 기자회견 공방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김씨의 어머니 김영애씨가 23일 귀국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주가조작 개입 사실을 밝혀줄 것”이라며 한글 이면계약서 원본을 검찰에 제출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측이 “도장이 위조됐다”고 반박하면서 의혹과 논란이 실타래처럼 엉켜 있다. 사건의 수사 상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본다.

-당초 검찰은 대통령 후보 등록(25~26일) 이전에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지난주 김씨 측이 제출한 문서의 진위 확인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또 양측의 주장과 반박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검찰이 확인해야 할 것이 많아졌다. 논란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어 검찰이 ‘여기서 멈추겠다’며 수사를 대선 이후로 연기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 후보도 ‘검찰이 (후보) 등록할 때까지 발표 안 하면 (김씨를) 기소할 때라도 발표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검찰이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12월 5일쯤 할 것이라고 하는데.

“12월 5일은 김씨의 2차 구속 시한(구속 후 20일)이 만료되는 시점이다. 늦더라도 이때까지는 검찰이 김씨를 기소해야 한다. 기소와 함께 그동안의 수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란 얘기다. 물론 그 전에 어느 쪽이 거짓말을 하는지 밝혀낸다면 검찰로서는 ‘신속하고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할 것’이란 원칙에 따라 뚜껑을 열 것이다.”

-검찰총장 교체로 수사 흐름이 바뀔 가능성이 있나.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과 사법시험·연수원 동기인 정상명 전 총장에 대해 ‘퇴임하기 직전에 이 후보를 기소하도록 검사에게 직무명령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며 긴장해왔다. 임 총장 취임으로 검찰을 대하는 한나라당의 자세가 부드러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제 막 임기를 시작한 임 총장은 ‘돌다리도 두들겨 보는 것으로도 모자라, 한 사람이 지나간 다음에야 건널 정도로 꼼꼼하고 신중한 성격’이란 평을 받는 인물이다. 수사결과 발표 시점은 물론 방식도 세심하게 신경 쓸 것으로 보인다.”

-김씨 측이 제시한 이면계약서를 둘러싼 논란이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는데.

“BBK, LKe뱅크, e뱅크 같은 금융회사 이름들로 뒤범벅이 된 이번 의혹은 김씨 어머니가 한글로 된 ‘BBK 주식매매 계약서’를 제출하면서 한결 단순해졌다. 쟁점은 BBK의 실소유주가 이명박 후보냐 아니냐로 좁혀졌다. 그동안 이 후보는 ‘BBK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계약서에는 이 후보가 BBK 주식 61만
주를 소유했던 것으로 돼 있다. 만약 이 계약서가 날조된 것으로 판명나면 김씨가, 진본으로 밝혀지면 이 후보가 큰 타격을 받게 된다.”

-문서검증 결과만 나오면 모든 의혹이 풀리나.

“속단하기 어렵다. 문서검증의 초점은 계약서에 찍힌 도장이 이 후보의 것이냐 여부다. 이 후보 측은 ‘이 후보가 쓰던 인감과 다른 모양’이라며 ‘김씨가 임의로 만들어서 쓰던 막도장을 찍은 것 같다’고 주장한다. 또 ‘2000년 2월에 작성됐다는 계약서에 찍힌 도장 모양이 2000년 4월 새로 만든 인감과 비슷하다’며 계약서 조작의 증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업무용 도장을 김씨에게 맡긴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이 부분도 조사할 계획이다. 도장 등 문서검증을 통해 어느 정도 진위가 가려진다고 해도, 김씨나 이 후보 측에서 또 다른 해명과 주장을 들고 나오면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검찰에서 진행 중인 계좌 추적이 중요하다. 계약 내용대로 49억9999만5000원의 BBK 주식 매도자금이 이 후보 쪽에 입금됐는지 여부를 가려낼지 주목된다.”

-공식 선거운동에 들어가면 7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현행범이 아니면 후보를 구속하거나 체포할 수 없다고 하는데.

“후보를 구속하는 것은 물론이고 강제소환도 할 수 없다. 이제 이 후보를 직접 조사하는 것은 ‘가능성 제로’라고 할 수 있다. 수사결과에 따라선 불구속 기소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법의 취지가 수사의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것인 만큼 기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란 반론이 만만찮다.”

-김씨와 그 가족이 폭로전에 나서서 얻는 이익이 무엇인가.

“김씨는 회사 돈 384억원을 빼돌리고 주가 조작,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유죄가 인정되면 최하 5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 그러나 김씨가 하수인에 불과하다면 형량이 줄어들 수 있다.”  

권석천 기자 sc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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