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함께>"대통령의 경제리더십"낸 鄭正佶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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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박(朴)대통령은 입법.행정부를 장악,강한 추진력으로 성장의기틀을 마련했지만 경직된 체제 때문에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전(全)대통령도 물가안정을 이뤄냈지만 후반기들어 자기의 경제지식을 과신,새로운 현실에 유연하 게 대처하지 못했지요.노(盧)대통령은 경제정책을 전문관료들에게 대폭 위임했지만 중심을 못잡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했어요.』 정책과정을 연구해온 서울대 정정길(鄭正佶.52)교수가 3공화국에서 6공화국에 이르기까지의 경제정책 형성과정을 정리한 『대통령의 경제리더십』을 펴냈다(한국경제신문사刊).박정희(朴正熙),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등 전임 대통령들 의 국정운영방식을 중심으로 정책의 결정권을 둘러싼 청와대비서실.행정부.국회등의 권력구조에 초점을 맞춰 세대통령의 공적과 한계점들을 꼼꼼하게 되짚고있다.과거정권에 대한 연구가 주로 정치사건이나 대통령 개인의 인간관계를 다룬 것에 비 해 경제정책을 좌우하는 여러 요인들을분석한다.
정교수가 이책을 처음 구상한 때는 지난 86년.87년 6.29선언 이후 본격적으로 착수해 7년여에 걸친 연구를 일단 마무리한 셈이다.
『그전까지만해도 대통령에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대다수가 입을다물었습니다.6.29 이후 서서히 말문을 열기 시작했지요.그런데 놀라운 것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핵심관료들조차 과거의 통치권자들이 어떻게 정책을 관리했는지 잘 알지도 못하 고 나라살림을꾸려왔다는 점이예요.정권이 바뀌면서 정책이 매끈하게 연결되지 못한 것은 당연한 결과지요.』 鄭교수는 공식적 자료를 거의 구할수 없어 전현직 공무원.장차관.대통령비서관.기업인들을 일일이만나 그들의 육성을 토대로 당시 상황을 재구성했다.한 대통령에평균 50명,대략 1백50명 정도 직접 만났는데 이렇게 해서 모은 메모가 두꺼운 노트로 4권에 달했다고 한다.
『경제정책은 흐름입니다.과거에 대한 정확한 이해없이는 올바른평가가 불가능하지요.하나의 정책이 나오기까지의 여러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우리정책이 종종 우왕좌왕하는 것은 이전 경험에 대한 축적된 자료가 부족한 현실에서 비롯합니다.미국레이건대통령이 루즈벨트 이후 유일하게 자신의 정책을 성공적으로마칠 수 있었던 이유는 다름 아닌 전임대통령들의 실패원인을 선거 6~7개월전부터 치밀하게 분석했기 때문이죠.반면 우리 정책권자들은 이런 노력을 너무 게을 리했어요.』 鄭교수는 이번책에서 다루지 못한 이승만(李承晩)정권과 현 김영삼(金泳三)정부의경제관리,그리고 대기업과 정책결정과의 상호관계등을 보완해 내년3월께 일본어 번역판과 함께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朴正虎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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