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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음식전문가 12명이 말하길 “한식이 살 길은 간소한 웰빙 밥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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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전라남도 보성군 벌교읍에 있는 징광문화단지. 한반도 끝자락의 조용한 시골 마을에 “코리안 푸드 베리 굿” 소리가 요란하다. 우리의 전통식기인 유기와 옹기에 차려진 한식 점심밥상을 받고 감탄하는 외국인들의 목소리다. 찻물을 우려내고 난 녹차 잎을 재활용해 만든 두부 샐러드, 북어 국물에 토종닭과 수삼을 푹 삶아 끓인 죽 등이 그릇에 담겨 나왔다. 화려하고 푸짐한 한정식도 아닌 소박한 상차림에 찬사를 보내는 이들은 미국·프랑스·캐나다·일본·태국·대만·홍콩 등지에서 날아온 12명의 음식전문가들이다. TV 음식프로 진행자·음식평론가·대학교수·요리연구가·음식전문기자·외식업 컨설턴트 등 직업도 다양하고 구체적이다.

 “한국엔 맵고 강한 맛의 김치만 있는 줄 알았어요. 한국에 이렇게 멋진 전통 식기와 다양한 건강 지향적인 음식이 있다는 건 세계인들에게 참 반가운 일입니다.” 수라차이 주차로엔사쿠 태국 카세차르트 대학교수의 말이다.

 “몸에 있는 독을 빼준다는 녹차·북어·수삼 등의 재료는 한식의 특징인 건강성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유럽에 이 정도 메뉴를 갖춘 한식 레스토랑이 문을 연다면 바로 ‘미슐렝 스타’로 뽑힐 겁니다.” 프랑스 르 코르동 블루의 홍보책임자인 캐서린 바쉐트가 거든다.

 이 행사는 한국국제교류재단(이사장 임성준)과 식생활문화학회(회장 양일선)가 국내 최초로 해외 음식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한국 음식 워크숍’의 막바지 일정이었다. 참가자들은 16일부터 3박4일의 빠듯한 일정으로 서울·전주·보성을 오가며 한국의 문화를 체험하며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19일 점심은 징광문화단지 차정금대표와 한식요리연구가 박종숙씨가 디톡스(Detox·몸 안의 독소를 없애는 일)를 주제로 준비한 다섯 가지 코스의 건강식단이었다. 두부 샐러드와 닭죽, 조물조물 무쳐낸 보성 꼬막, 간장으로 달달하게 졸인 돼지고기가 나왔다. 유자 속을 파내고 밤·대추·석이버섯 등으로 다시 채워 달콤하게 만든 디저트로 마무리였다.

 “푸짐하게 차려진 한국의 상차림이 항상 부담스러웠어요. 그런데 이렇게 단출한데도 우리 외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건 한식이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거죠.” 미국 CIA 요리전문학교에서 조리사로 일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존 나이호프 교수의 칭찬이다. 그는 점심상을 차린 차 대표와 박씨에게 자신이 손수 갈아온 커피를 특별히 선물했다. 점심 대접에 대한 단순한 인사치례가 아니었다. 요리사 세계에선 자신이 직접 만든 음식을 다른 요리사에게 선물하는 것이 상대 음식에 대한 최고의 찬사를 의미한다. 다른 11명의 전문가들도 접시에 놓인 음식을 싹싹 비웠다. 그들은 한목소리로 “발효식품인 김치와 채소 위주의 한국 식단은 건강을 따지는 세계인들에겐 충분히 매력 있는 음식” 이라고 말했다.

(전주·보성) 글=유지상 기자

■한식 리모델링 조언 6

행사기간 중 꼼꼼히 한국 음식점을 둘러본 12명의 외국 음식 전문가들은 “차려진 음식의 절반 이상이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고,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차림이 혼란스러워서는 한식이 세계로 나아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식 세계화를 위해 서둘러 고쳐야 할 점들을 이들에게 들어본다.

① 한국 음식 미안해요

“소리 코리안 푸드(Sorry Korean Kood) ! 전주의 H음식점과 서울의 P한정식에서 먹은 저녁 식사에 30여 가지 이상의 음식이 나왔는데 반도 못 먹었다. 남은 음식이 쓰레기가 된다면 음식에게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든다. ”-태국의 수라차이 주차로엔사쿠 교수.

 “음식의 종류가 너무 많아서 뭘 먹었는지 모르겠다. 손님들에게 내놓고 싶은 몇 가지만 골라서 식단을 다시 짜면 좋겠다.”-프랑스의 캐서린 바쉐트.

②요리하는 사람도 편하고 싶다

“전주에서 직접 김치를 담가보며 한국의 여자들은 너무 힘들고 바쁘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만드는 것에 들인 정성에 비한다면 먹는 건 너무 빠르고 성의가 없다. 먹은 뒤 설거지 등 뒤처리도 만만치 않겠다. 모든 사람은 편하길 원한다. 요리 방법이 쉽지 않으면 만들어 먹을 엄두를 못 낸다. 채썰기 등 간소화할 것이 많다고 느꼈다”-캐나다 로저스TV의 요리프로그램 진행자인 마거릿 디킨슨.

③ 꽉 막힌 강남대로 같은 밥상

“서울 P한정식 밥상을 보고 자동차로 꽉 막힌 강남대로가 떠올랐다. 음식도 숨을 쉴 공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먹는 이도 마음이 편하다. 한식은 전반적으로 음식을 담아내는 것(데코레이션)을 개선해야 한다.”-재미 언론인 피터 현(한국명 현웅).
 
“음식의 종류를 줄여서 한 접시에 짜임새 있게 담는다면 한식으로도 맥도널드와 같은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보인다.”-일본 외식업 컨설턴트 도시오 도이.

④ 고집 버리고 조화 모색

“현지화를 한다고 외국음식과 잘못 섞으면 뒤죽박죽이 된다. 조화롭게 서로 접목시키는 게 바로 퓨전이다. 일본 스시가 미국 시장에서 캘리포니아롤로 발전한 것을 분석하면 한식의 글로벌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일본 외식산업전문가 히토시 시미츠.

 “외국 음식을 많이 배워라. 개방적인 자세로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의견을 나눠라. 그래야 발전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외국 식문화와의 접점을 찾을 수 있다.”-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 밥 보셀만 교수.

⑤ 파이어 비프(Fire Beef)는 어떨까

 “미국인들은 독일 와인을 별로 안 마신다. 발음이 어려워서다. 한국의 음식도 한국 이름만 고집할 건 아니다. 외국에선 불고기를 파이어 비프, 물김치를 워터 김치로 표현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미국 존 나이호프.

⑥파란 눈의 한식전도사 절실

 “한식이 아무리 좋으면 뭐하나. 외국인들이 알지 못한다. 한국 정부에서 한식 홍보대사를 육성해야 한다. 한국인만 고집할 게 아니라 외국인도 적극 활용하자. 현지 TV방송 출연기회를 잡도록 한식점을 경영하는 현지 교민들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일본·이탈리아 교민들은 외식사업자들의 활동이 활발하다.”-미국 뉴욕 타임스 출신의 프리랜서 재미동포 기자 귀인 조 친(한국명 조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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