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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속 국회 통과한 '삼성 특검법'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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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국회를 통과한 삼성비자금 특검법은 한나라당의 요구로 일부 조항이 수정됐다. 큰 틀에서 보면 청와대나 법무부의 위헌 지적이 일부 해소됐다. 이날 법사위 전체 회의가 진통을 겪은 것도 이 때문이다.

정성진 법무부 장관이 23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조용철 기자]

법사위 소위 합의안은 당초 수사 범위를 '삼성SDS.삼성에버랜드 등 불법 상속 의혹 관련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등' 자 때문에 너무 포괄적이란 지적이 일자 최종 의결안은 '수사 및 재판 과정의 불법행위 의혹과 수사 방치 의혹을 받는 4건의 고소.고발 사건'으로 수정됐다. 삼성에버랜드와 서울통신기술의 전환사채 발행, 삼성SDS의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e삼성의 회사 지분 거래 등 4개 사건을 명시한 것이다.

그럼에도 특검의 월권적 권한을 축소하진 못했다. 사인(私人) 간 문제를 특검이 수사하는 것은 권력형 비리를 다루는 특검의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한나라당의 원칙론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가 제기한 삼성그룹의 정계.법조계 등 로비 의혹은 '삼성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한 경위와 그 비자금이 2002년 대선자금 및 최고권력층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의혹과 공직자에 대한 뇌물 제공 의혹 사건'으로 정리됐다.

소위 안에서 '1997년부터 현재까지'라는 수사 대상 시기는 빠졌다. 또 '언론계.학계 등'과 '임직원의 은행 차명계좌 이용 의혹'이란 수사 대상도 삭제됐다.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은 문구는 일부 수정됐지만 수사 대상에 큰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검 입장에선 수사 대상과 시기에 대한 의무 규정이 없어졌다. 결국 특검은 의혹 수사가 범죄 혐의로 연결돼도 현실적으론 공소시효가 남아 있는 최근 사건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안은 또 특검 조직이 비대하다는 한나라당 주장을 받아들여 파견 공무원과 특별수사관 수를 각각 10명씩 줄였으나 최장 105일인 수사 기간은 줄이지 않았다.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이런 식으로 광범위하게 장기간 조사하면 살아남을 기업이 없다"고 말했다.

삼성 특검은 노무현 대통령이 15일 안에 법을 공포할 경우 법 규정에 따라 특검 선정과 준비 기간 등을 거쳐 다음 달 하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 현실적으론 12월 19일 대선 이후에나 국회의 재의결 절차가 가능할 전망이다. 재의결 여부는 대선 결과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정욱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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