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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16 첫 여성 조종사 하정미 대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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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KF-16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하정미 대위. [사진=공군 제공]

공군 제20전투비행단 하정미 대위(28·공사 50기)가 공군 내에서 어렵기로 소문난 KF-16 기종 전환 훈련을 마치고 ‘대한민국 여성 KF-16 전투조종사 1호’로 탄생했다.

현재 여성 조종사는 F-4 팬텀 등 전투기 조종사 7명을 포함해 모두 24명이지만 공군 주력기인 KF-16 팔콘 전투기 조종사는 한 대위가 처음이다. 2002년 최초의 공군 여성 조종사가 배출된 지 5년 만이다.

공군은 지금까지 KF-16에 대해서는 여성 조종사의 비행을 허락하지 않았다. KF-16은 공군의 다른 전투기에 비해 기동성이 뛰어난 데다 기능과 임무가 복잡하고 다양하다. 고난도의 숙련도 필요하다. 급회전할 때면 중력가속도가 9G까지 올라간다. 9G가 되면 자신의 몸무게가 9배나 무겁게 느껴진다. 그런 중압감 속에서 각종 전술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강인한 체력과 침착함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군으로서는 갓 배출된 여군 조종사에게 KF-16을 함부로 맡기지 못했던 것이다.

남자 전투기 조종사들도 체력과 조종 성적이 우수해야만 KF-16을 탈 수 있다. 공군은 이런 여건을 감안해 여성 조종사들이 KF-16을 몰 수 있는지 4년 동안 점검했다. 여성 전투기 조종사들의 기량과 체력, 정신력, 공중 지휘능력을 평가한 결과 2006년부터 KF-16을 조종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했다.

하 대위의 KF-16 도전도 이때 시작됐다. 그는 정식 전투기 조종사가 된 뒤 A-37 지상공격기를 조종해왔다. A-37은 지난 달 해체된 공군 공중곡예팀인 블랙이글과 같은 기종으로 기체가 작고 속도가 느리다. KF-16으로 기종을 전환하기로 결심한 하 대위는 2006년 12월 말 KF-16 전투기가 있는 제20전투비행단에 배치됐다. 그는 비행단에 배치된 다음날부터 지상훈련을 시작으로 피나는 기종 전환훈련에 돌입, 11개월 만에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정식 KF-16 조종사가 됐다.

하 대위가 KF-16 조종사 꿈을 가진 것은 2001년 공사생도 4학년 여름 방학 때부터란다. 그는 하계 훈련 중 방문한 20전투비행단에서 날렵한 자태의 KF-16 전투기와 선배 조종사를 보고 반해버렸다고 한다. 하 대위는 2006년 보라매 공중사격대회에 A-37을 몰고 참가, 저고도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늘 KF-16에 가 있었다.

하 대위는 “KF-16 전투기 조종사가 되려고 축구와 헬스로 체력을 단련해 왔다”며 “모든 임무를 멋지고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당당한 전투조종사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민석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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