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 15명에 남자는 저 혼자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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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저 혼자고, 여배우만 15명 나온다고 해서 혹했죠. 하하.”

배우 황정민(37·사진)씨가 뮤지컬 무대로 돌아온다. 2004년 ‘브로드웨이 42번가’이후 4년만이다. 내년초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라이선스 뮤지컬 ‘나인’의 남주인공을 맡는다. 1982년 초연된 이 작품은 2002년 재공연 당시 안토니오 반데라스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작품. 황씨는 “TV화면에서 반데라스가 연기하는 장면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다. 흰색 와이셔츠·강한 에너지·몽환적 분위기 등 여러가지로 잔상이 강했다. 그러던 차에 출연 제의를 받고 ‘운명이구나’ 싶었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영화배우로는 이미 최정상급이란 평가를 받는 그다. 그러나 배우로서 첫 출발은 뮤지컬이었다. 96년 오디션을 통해 극단 학전의 ‘지하철 1호선’ 이 데뷔 무대다. 이전까지 그는 배우가 아닌 무대 스태프였다. 데뷔 이후 그는 ‘개똥이’ ‘의형제’ ‘모스키토’ 등 김민기 대표가 연출한 거의 모든 작품에 빠지지 않았다. 황씨는 “(김민기) 선생님은 저에게 ‘천천히’라는 말만 하셨어요. 간단한 악보를 보고도 일주일간 반복시켜 똑같이 부르게 하셔서 얼마나 답답했는지…. 근데 돌이켜보면 현재의 황정민을 만든 건 그때 익힌 기본기 덕분이더라고요”라고 회고했다.

 학전 당시 황씨의 별명은 ‘간판 배우’였다. 학전 주요 작품에 출연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가 직접 입간판을 만들어 매일 공연전 대학로 입구에 세운 뒤, 공연이 끝나면 부랴부랴 치우는 일을 했기 때문이었다. 또다른 별명은 ‘태릉선수촌’. 다양한 종목의 운동을 다 잘 했고, 운동 기구가 없으면 소화기를 들고 운동을 할 정도로 극성이었다. 심지어 엎드려서 계단 내려가기와 같은, 엽기적인 행동도 불사했다. 김민기 대표는 “연습 2시간전부터 극장에 나와 운동을 통해 꼭 몸을 풀었다. 노래도 기교보단 깨끗하고 담백하게 불렀다”고 전했다.

 황씨는 “영화배우로 유명해진 다음 뮤지컬을 하게 돼 부담스럽지만 내 작업 방식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또한 “40대 이전에 꼭 연극 ‘햄릿’을 하고 싶다. 이후엔 ‘멕베스’와 ‘리어왕’에도 도전하고 싶은 게 배우로 출발하면서 가졌던 소망”이라며 연극 무대에 대한 애정도 강조했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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