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검' 놓고 보수·진보 학자들 대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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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은 정치권의 계산"=뉴라이트 계열의 바른사회시민회의(사무총장 현진권 아주대 교수)는 22일 오후 1시30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2007 대선과 특검법안'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전삼현 숭실대(법학과) 교수, 조동근 명지대(경제학)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경제학) 교수, 이훈구 전 연세대(심리학) 교수를 비롯한 보수 성향의 교수들이 나왔다.

조동근 교수는 주제 발표를 통해 "'삼성 비자금 의혹'을 지렛대로 삼아 정치적 이익을 꾀하려는 것도 부패"라며 "특검은 원칙적으로 검찰 수사가 미진할 때 도입돼야 옳은데도 서둘러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검 도입은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정치권의 계산 때문"이라며 "선거판을 '부패 대 반(反)부패' 구도로 만들어 상대방을 부패 세력으로 몰고 가는 '네거티브 캠페인'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권은 삼성특검을 통해 흩어진 '민주개혁 세력'을 재결집할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민주화와 민주개혁 세력은 이미 소진된 화두"라며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는 비전과 국가경영 능력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현 교수는 "과다한 규제로 둘러싸인 한국의 기업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기업의 책임만 묻는 정치권과 단체들의 공세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전삼현 교수는 "일부 정치권과 단체들이 삼성에 뭇매를 두들기는 상황은 상식에 어긋난다"며 "검찰 수사가 부족하다는 국민의 공감대에서 특검제 도입 논의가 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검 대선에 영향 안 줘"=진보 성향 경제학자들도 이날 오전 정동 세실레스토랑에 모여 국회에 특검법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를 낭독한 홍일영 한국외대 교수는 "국회가 조속히 특검법을 제정해 모든 의혹을 밝히고 경제 정의와 경제 민주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상조(경제개혁연대 소장) 한성대 교수는 "특검 대상에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자금을 명시하자는 한나라당 주장은 '발목 잡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성명을 주도한 김진방(참여연대 시민경제위원장) 인하대 교수는 '대선에 영향을 주는 집단행동'이라는 우려에 대해 "당장 특검법이 제정돼도 실제 수사는 대선 이후일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 성명서는 강철규 전 공정위원회 위원장, 이정우 전 청와대 정책실장, 이병천 한국사회경제학회장을 포함한 친여.진보 성향 학자들의 발기로 시작됐으며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장, 김수행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모두 113명이 참여했다.

시민단체들도 대립하는 양상이다. 뉴라이트전국연합 회원 30여 명은 21일 오전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건물 앞에서 참여연대를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 단체 변철환 대변인은 "참여연대가 삼성을 제물로 2002년 촛불집회와 같은 여론몰이를 기획, 좌파 후보를 당선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을 비롯한 60여 개 단체는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이후 연일 특검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의 추가 폭로를 주선했다.

천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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