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대사관도 북한 노동신문 애독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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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과 통일부뿐 아니라 주한 미국대사관도 북한에서 발행되는 ‘로동신문’의 애독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 주재 외국공관 가운데 로동신문을 정기 구독하는 경우는 미국 대사관이 유일하다.

로동신문을 국내에 배포하고 있는 중개 업체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이 가장 많은 28부를 구독한다. 주한 미국대사관은 통일부와 마찬가지로 8부를 받아 보고 있다. 로동신문은 매일 발행되는 일간지이긴 하지만, 미국대사관에는 매주 한 차례 일주일치(총 56부)가 대사관의 각 과로 배달된다. 이 가운데 몇 부는 다시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보낸다.

로동신문은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다. 대부분의 기사가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내용으로 채워지지만 폐쇄적인 북한의 실정을 파악해야 하는 북한 연구가나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협상가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자료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발행 당일 신문을 받아볼 수 없다. 중국을 거쳐 3~4일치를 묶어 보내오기 때문이다.

북한 조선로동당 기관지인 로동신문은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발행된다.

로동신문은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두 차례 200여부가 평양을 출발해 중국을 거쳐 국내로 들어온다. 국내에는 빨라도 이틀 전에 발행된 신문이 도착한다. 로동신문의 해외 판매는 조선출판물수출입사와 조선민족화해협의회 등에서 맡고 있다. 현행 국내법상 로동신문은 특수 자료로 분류돼 있어 국내 판매는 문화관광부에서 특수자료 취급인가를 받은 도서업체만이 할 수 있다. 인가받은 국내 업체는 북한 회사와 1년 단위로 계약한다.

1부당 연간 구독료는 배송료(241.58유로)를 포함한 466 유로(약 63만4000원)에 국내 중개상의 취급 수수료가 붙어 72만 1500원이다. 한 달에 6만원 정도다. 로동신문은 연중 무휴로 발행되므로 1부 가격은 2000원 정도인 셈이다. 국내에서 시판 중인 외국 신문과 비슷한 수준의 가격이다.

북한은 로동신문의 내년 구독료를 올해 대비 13% 오른 526.28유로(약 71만6000원)로 책정했다. 여기에 국내 중개상의 수수료가 10~20% 붙어 내년 구독료는 80만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신문은 보통 다른 북한 서적들과 함께 중국 베이징과 단둥을 거쳐 인천으로 들어온다. 북한이 평양에서 철도편으로 베이징에 보낸 신문은 항공기로, 단둥에 부친 신문은 선박편으로 각각 인천공항과 인천항으로 들어온다. 소포가 도착하면 먼저 관세청 세관원이 현장에서 소포를 뜯어서 부수 등 신고 내용과의 일치 여부를 확인한다. 통관 수속이 끝나면 신문은 중개업체 소유 차량으로 서울에 도착한다.

문화관광부에서 특수자료 취급인가를 받아야 구독할 수 있다보니 주 독자층은 공안기관과 대학 도서관, 북한 관련 연구소, 언론사 등 공공 기관이다. 국내에 들어온 신문은 국내 중개업체가 신문을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불투명 봉투에 넣어 테이프로 밀봉한 후 직접 배달하거나 택배로 각 기관에 배송한다. 또 배달 사고나 분실 등을 방지하기 위해 중개상은 신문 수취인의 서명을 문서나 팩스로 받는다.

일반인들은 사실상 구독할 수 없기 때문에 신문을 보려면 구독 기관을 직접 방문해야 한다. 신문 열람은 국가보안법 때문에 아직까지 자유롭지 않다. 서울 광화문우체국에 위치한 통일부 북한자료센터의 경우 신문 열람 희망자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한다. 신문을 복사하려면 소속 기관장의 추천서를 받아와야 하고, 특수자료 취급 규정을 준수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와 복사 신청서도 제출해야 한다.

김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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