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필품 禁輸 중고품만 가득-이철호 특파원 바그다드서 2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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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바그다드의 최대중고자동차시장인 바벨 세리치 시장에 가면 70년대 캬브레터식 구형자동차가 엔진분사식 신형자동차보다 훨씬 비싼값에 팔리고 있다.걸프전 이후 휘발유옥탄가를 높이는 물질이 수입되지 않아 옥탄가가 75이하로 떨어지면서 엔진 분사식 차량은 고장이 잦고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50만대의 바그다드 시내자동차는 성한 차가 거의 없고 대부분 앞유리가 깨진채 그냥 달리고 있다.경제봉쇄로 차유리의 수입이 끊겨 교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라크에서는 또 달러의 유출을 막기 위해 콜라.맥주.초콜릿.
아이스크림 등 기호품의 수입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TV.에어컨.세탁기등 전자제품과 의류를 비롯한 1백가지의 주요품목도 수입제한 품목으로 묶여있다.이라크는 거대한 중고제품 하치장으로 변했으며 전쟁의 위험으로 해외 비즈니스맨들이 관심을 끌만한 땅은 아니다.
그러나 바그다드 시내 고급 호텔 로비에서는 세련된 차림의 외국 비즈니스맨을 적지않게 만날 수 있다.
프랑스출신 사업가 프랑수아 구리에(42)씨는『제재가 풀리면 수명이 다한 자동차 수십만대를 당장 갈아치워야한다.4년동안 이라크의 TV가운데 절반이상이 고장이 났고 냉장고도 대부분 고물이다.이 모두 새로운 수입제품으로 대체될 것이고 경제봉쇄의 기간이 길었던 만큼 빗장이 풀리면 더 큰 시장이 될 것이다』고 말한다. 그의 낙관적인 견해는 이라크가 석유라는 현물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 기초한다.이라크는 89년 한해 1백40억달러어치의 석유를 수출했다.확인된 매장량만 1천억 배럴로 세계2위이며시리아 사막과 유프라테스강이 만나는 알라마다지역에서 지 난해 매장량 1천억배럴을 능가하는 세계최대의 유전이 또 발견됐다.이같은 이라크의 잠재적 가능성을 노리고 이번 걸프사태에서 국가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혔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러시아와 프랑스에『경제적 특혜를 주겠다』라는 친서를 보냈으며 이 두나라가 미국의 반응에 대해 시큰둥했던 것도 경제적 이유와 멀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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