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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증시 … 1800도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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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고유가 부담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주가는 올 들어 처음으로 닷새 연속 떨어지며 1800선대까지 내려앉았다. 금리는 연중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으며, 환율도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국발 신용 위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며 안전자산을 찾는 외국인 투자가들이 주식을 대거 팔아 치우고 있는 데다 유가(WTI 기준 98.74 달러)가 배럴당 100달러 진입을 눈앞에 뒀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21일 코스피 지수는 65.25포인트(3.49%) 내린 1806.99로 마감했다. 주가가 5일째 연속 하락하며 165.59포인트나 떨어졌다. 5일 동안 허공에 사라진 시가총액(코스닥 포함)만도 87조247억원이다. 외국인이 주식을 팔아 달러를 사들이면서 원-달러 환율은 6.7원 급등한 928.9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9월 18일(930.7원) 이후 두 달 만에 최고 수준이다. 수급이 불안정한 채권시장에서도 기준 금리인 5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0.10%포인트 오른 연 5.71%로 마감하며 최고치 행진을 지속했다.

◆프로그램 폭탄 맞은 증시=주가 폭락은 전날 미 뉴욕 증시가 소폭 상승했음에도 엄청난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순매도 물량은 885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심상범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선물옵션팀장은 “선물시장에서 외국인과 개인이 이례적으로 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바람에 프로그램 매도 물량이 쏟아진 것”이라며 “향후 불투명한 대외변수로 선물시장까지 투자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 FRB가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이유는 미 경제를 ‘위기일발(A close call) 상황’으로 봤기 때문이라는 보도도 증시 급락을 부채질했다. FRB가 20일 공개한 지난달 30~3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상당수 FOMC 위원은 “주택경기 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으로 미국 경제의 ‘위기일발’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셀 코리아 주도=외국인 투자자들은 이날 거래소 시장에서만 478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아 치우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달 들어 순매도 물량은 5조8000억원 이상에 달하며 ‘셀 코리아’를 주도하고 있다. 주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국내 주식형 펀드로는 이달 들어 6조원 이상의 돈이 몰리면서 증시에 투입되고 있으나 이를 ‘실탄’으로 삼는 투신권의 매수세는 아직 이에 맞서기 버거운 상황이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2004년 7월 이후 최근처럼 주가가 4주 연속 하락한 경우가 없었던 만큼 다음주 중 반등 여부가 향후 장세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병기·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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