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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막 트랜지스터, 값싸고 100배 빠른 제작기술 개발 휘어지는 노트북 '눈앞'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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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유기 박막 트랜지스터로 개발한 전자책.

영국 케임브리지대의 노용영 박사 덕분에 노트북을 둘둘 말아 다닐 수 있는 시대가 빨리 열릴 것 같다.

이 대학 캐빈디시 연구소의 노 박사는 플라스틱처럼 잘 휘어지는 합성수지 위에 잉크젯 프린터로 인쇄하듯 유기물 트랜지스터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영국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학술지에 18일 발표됐다. 휘어지는 컬러 디스플레이나 플라스틱 전자식별(RFID) 칩의 발전에 획기적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노 박사는 금 나노(10억분의 1m) 입자를 잉크로 사용해 유기물 트랜지스터 전극, 회로 등을 인쇄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 결과 최소 50나노m의 해상도를 갖는 회로를 만들 수 있었다. 그가 개발한 트랜지스터의 속도는 1.6㎒로 기존 잉크젯 방식으로 개발된 유기물 트랜지스터보다 100배 이상 빠르다.

유기물 박막 트랜지스터는 용액 상태로 저온에서 제작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이 때문에 플라스틱과 같은 수지에 트랜지스터를 인쇄해도 기판이 녹지 않는다. 기존 트랜지스터는 수백 도의 고온에서 제작하기 때문에 플라스틱에 인쇄할 경우 플라스틱 기판이 녹아 버린다.

지금까지 개발된 잉크젯 방식의 유기물 박막 트랜지스터 제작 기술은 값싼 유기물과 플라스틱을 기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지만 인쇄 해상도가 낮아 집적도를 높이기 어려웠다. 이는 상용화의 걸림돌이기도 했다. 노 박사가 이런 단점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그는 관련 기술을 영국 플라스틱 로직스사에 이전해 화면이 휘어지는 전자책 실물을 개발, 선보이기도 했다. 전자책은 하나의 화면에서 페이지가 계속 바뀌면서 책을 읽을 수 있게 한다. 노 박사는 “유기물 트랜지스터의 단점인 내구성 부족을 개선하고 대량 생산 기술을 보태면 차세대 트랜지스터의 새 장을 열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광주과학기술원 신소재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지금 몸담은 연구소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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